강신명 경찰청장이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대회 관련 현안보고에 앞서 직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노웅래 의원 ‘경찰 보고서’ 공개
구급차로 옮기는 사람에도 직사
경찰청장 “인간적으로는 사과
법률적 사과는 달라”
새누리 “불법시위 너무 관용 베풀어”
구급차로 옮기는 사람에도 직사
경찰청장 “인간적으로는 사과
법률적 사과는 달라”
새누리 “불법시위 너무 관용 베풀어”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위중한 상태에 빠져 있는 농민 백남기(68)씨를 조준해 살수했던 ‘충남살수09호’는 당일 오후 6시50분부터 오후 7시30분께까지 살수를 계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씨가 쓰러진 18시56분32초 뒤에도 34분 동안이나 다른 시위대를 대상으로 살수가 이어진 것이다. 23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노웅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살수차 사용 결과보고서’에 기록된 내용이다. 노 의원은 “경찰의 살수차 운용지침을 보면 ‘살수차 사용 중 부상자가 발생한 경우, 즉시 구호조치하고 지휘관에게 보고한다’고 돼 있으나 경찰은 부상자 발생 뒤에도 긴급구조 조치를 하지 않았음은 물론이고 30분 이상이나 살수를 계속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23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의에 출석한 강신명 경찰청장은 “경찰이 구급차나 환자를 옮기는 사람에게 살수차를 살포하지 않는다. 다만 그때 상황은 야간이고 도저히 관측이 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수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했다.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경찰 248개 중대 2만여명이 동원되고 작년 한해 물대포 살수량보다 14일 하루 동안 24배를 쏟아부었다. 캡사이신도 작년 한해 193ℓ를 사용했는데 이날 하루에만 651ℓ를 사용했다”며 “정말 가공할, 경찰 역사에 남을 인원과 장비가 동원이 됐다. 이래도 경찰이 과잉진압 하지 않았느냐”고 따졌다. 강 청장은 “과잉진압은 단순한 수치상의 문제가 아니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강 청장은 백남기씨와 관련해 “인간적 사과와 법률적인 사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대회 당시 경찰의 대응이 “과잉진압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강 청장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농민의 생명이 위태하다. 사과할 용의가 없느냐”는 유대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문에 “인간적으로는 제가 오늘 충분히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사과를 했다”면서도 “결과가 중한 것만 가지고 무엇이 잘됐다, 잘못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이성적이지 못하다. 인간적 사과와 법률적 사과는 다르다”고 답했다. 그는 앞서 현안 보고에서 “경찰의 대응과정에서 농민 한분이 중상을 입은 데 대하여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쾌유를 기원드린다”고 밝혔다. 병문안을 가보라는 강창일 새정치연합 의원의 거듭된 주장에 강 청장은 “적정한 시점에 가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명확한 사실관계와 법률 적용의 문제가 결정이 나면 그에 상응한 사과를 하거나 책임을 져야 한다”며 법적 책임은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시위대의 폭력과 불법성을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불법 시위에 대해 그동안 너무 관용을 베풀었기 때문에 시위대가 죄의식이 없다”며 철저한 처벌을 촉구했다. 같은 당 조원진 의원은 “대한민국 공권력에 대한 도전”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불법폭력시위가 발생하면 드론을 띄워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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