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 해고’ 요건 정부 밑그림은
고용노동부가 11일 서울 종로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개최한 ‘직무능력 중심의 인력 운영방안 모색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저성과자 개별해고’(일반해고)의 밑그림이 드러났다.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한 노동자를 해고할 때, 필요한 요건과 기준을 기존 법원 판결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여준 내용이었다.
해고는 기업 경영이 어려울 때 노동자를 집단적으로 해고하는 ‘정리해고’, 명백한 징계사유가 있을 때 하는 ‘징계해고’, 징계사유는 없지만 사용자가 보기에 고용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을 때 하는 ‘일반해고’ 등이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상익 노무사는 ‘직무능력 부족을 이유로 한 해고 관련 판례 고찰’ 발제를 통해 ‘직무수행능력 부족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 ‘공정한 인사평가’, ‘재교육·재배치 등 직무수행능력 향상 기회 제공’ 등을 일반해고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꼽았다. 그간 해고무효 소송 등으로 쌓인 법원 판결을 종합하면, 직무수행능력 부족(저성과)을 이유로 노동자를 해고하는 데 적어도 이 세가지 요건이 필요하는 뜻이다.
이 노무사는 이어 기존 판결을 소개하며 구체적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2002년 ‘ㄱ중앙회 사건’에서는 장시간 사적 전화 등 업무처리 불성실로 고객의 항의를 받고 동료들조차 인사조처를 요구한 한 노동자의 해고에 대해 정당한 해고라고 인정했다. 이밖에도 법원은 직무수행능력 부족으로 두차례 대기발령을 받은 경우,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인사고과가 하위 20% 이내인 경우 등을 정당한 해고로 인정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각 사업장에서 저성과자 판단의 근거가 될 인사관리의 ‘공정성’ 요건도 논의됐다.
한국노동연구원 김기선 부연구위원은 ‘인사평가의 법적 쟁점과 정책 과제’ 발제에서 공정한 인사평가 제도의 요건으로 ‘투명한 인사평가 제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인사평가 결과 통보, 인사평가 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기회 부여, 인사평가 결과에 따른 직무의 조정 및 직무수행능력 개발’ 등이 보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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