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노조, 노동실태 밝혀
업무 준비시간 등 시급 제외
“맥도날드, 1년에 87억 착복”
업무 준비시간 등 시급 제외
“맥도날드, 1년에 87억 착복”
버거킹에서 일하고 있다는 아르바이트 노동자 ㄱ씨는 매니저 지시에 따라 매일 실제 근무시간보다 10분 빨리 출근한다고 한다. 유니폼으로 갈아입기 위한 탈의실이 하나밖에 없어 때론 줄지어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간은 ㄱ씨의 근무시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ㄱ씨는 “우리 매장은 한달에도 몇억씩 매출을 올리는데, 옷 갈아입는 시간 10분, 휴게시간 1~2분치 임금은 칼같이 제외한다”고 말했다.
맥도날드에서 일한다는 ㄴ씨의 경우도 비슷했다. 그는 근무시간 15분 전 출근해 옷을 갈아입고 준비하는 게 매장의 공식적인 규칙이라고 했다. 심지어 일하는 중간에 복장과 용모 지적을 받아 이를 고치러 갈 때도 시급 산정에서 제외된다고 한다. ㄴ씨는 “한번은 유니폼을 갈아입고 출근 체크를 했는데, 옷이 구겨졌다며 다려 입고 오라는 지시를 받았다. 그 시간은 근무시간에서 제외됐다. 매장에서 해피밀을 팔고 있지만, 나는 전혀 해피하지 않다”고 말했다.
ㄱ씨와 ㄴ씨는 23일 알바노조가 서울 서대문구 맥도날드 신촌점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의 노동 실태를 밝혔다. 알바노조가 지난 8월부터 넉달 동안 온라인을 통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한 패스트푸드 아르바이트 238명 가운데 97%에 이르는 231명이 “(출근 시) 유니폼을 갈아입거나 도구를 정비하는 업무 준비 시간은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남은 일을 처리하느라 퇴근 체크 뒤 일했다”는 응답자도 전체의 57%(136명)에 달했다. “업무 종료 전 매니저 지시에 따라 퇴근 체크를 먼저 한다”는 응답(57명·24%)을 더하면 전체의 81%에 이르는 193명이 퇴근시간 뒤에도 사실상 업무를 한 셈이다. 맥도날드·버거킹 등 대부분의 패스트푸드점은 아르바이트생의 지문 인식을 통해 출퇴근 시간을 체크한다. 응답자들은 출근 체크 전 업무를 준비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8분42초, 퇴근 체크 뒤 매장을 나서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10분52초에 이른다고 응답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은실 노무사는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의 지휘 아래 노동을 준비하는 시간도 모두 노동시간에 포함된다. 하루 20분 가까운 근로시간에 임금 및 초과근로수당이 미지급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알바노조는 “직원 1만8000명을 고용하는 맥도날드의 경우 매일 20분씩 미지급하는 임금을 최저시급(2015년 기준 시간당 6030원)으로만 계산해도 1년에 약 87억원에 달한다”며 “업계가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시급을 착복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므로 패스트푸드 업계에 대한 전반적인 노동실태 조사를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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