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 해고·취업규칙 변경’ 논란
징계·정리해고·희망퇴직에
새로운 감원 수단 더해지면
일자리 불안 상시화 가능성
징계·정리해고·희망퇴직에
새로운 감원 수단 더해지면
일자리 불안 상시화 가능성
고용노동부가 30일 밝힌 ‘저성과 해고(통상해고)’ 초안은 최근 두산인프라코어 희망퇴직 사태 등 정리해고 바람과 맞물려 파장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저성과 해고가 향후 주요 해고 방식으로 자리잡는다면, 기존에 주로 행해지던 징계해고, 정리해고, 희망퇴직(명예퇴직) 등에 더해 기업들의 ‘해고 4종 세트’가 완성되는 셈이다. 희망퇴직은 형식적으로는 자발적 퇴직이지만 실제로는 ‘연성화된 정리해고’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근로기준법 23조는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 휴직, 정직, 전직, 감봉, 그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인정되고 있는 해고의 종류는 기업 경영이 어려울 때 노동자를 집단적으로 해고하는 ‘정리해고’, 명백한 징계사유가 있을 때 하는 ‘징계해고’, 고용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을 때 하는 ‘통상해고’ 등이 있다. 이들 해고 방식엔 엄격한 제한이 뒤따른다. 예컨대 정리해고는 ‘경영상 긴박한 필요성’이 필요하고, 통상해고엔 ‘고용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한’ 정도의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
이에 사용자 쪽은 각종 우회로를 활용해왔다. 특히 희망퇴직은 형식적으로는 개별 노동자의 동의를 받아 진행되는 탓에 현행법상 별다른 제한이 없다. 실제 희망퇴직은 기업들이 인력 구조조정의 주요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고, 노동자에게 직간접적인 퇴직 압력이 가해진다. 최근 두산인프라코어가 희망퇴직을 거부하는 직원들에게 대기발령을 내고 ‘회고록 쓰기’ 등 인권침해적인 교육을 시킨 것도 희망퇴직을 압박한 수단이었다. 사용자 입장에선 ‘희망없는 희망퇴직’을 통해 ‘경영상 긴박한 필요성’ 없이도 대규모 인력조정을 할 수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노동자들이 이를 부당해고라고 주장할 수 있는 수단은 거의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노동법 전문가인 최은배 변호사는 “희망퇴직은 고용계약 당사자의 합의에 따른 해지로 이해되기 때문에, 노동자가 법적 효력을 다툴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저성과 해고 지침을 만든 것은 ‘저성과’를 통상해고에 필요한 ‘고용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운 이유’ 가운데 하나로 명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이번 지침을 계기로 저성과 해고 논의마저 본격화하면 해고 위험이 상시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은 “인력 구조조정을 원하는 사업체들은 먼저 노동자들한테 희망퇴직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버티는 직원들은 저성과자로 몰아 해고하는 ‘2단계 해고’ 방식을 활용할 위험이 있다 “이는 결국 기업에 매우 강력한 칼자루를 하나 더 쥐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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