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노사정 합의 파기를 주장하며 ‘노동개악 법안’ 저지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노동계 ‘양대 지침’ 반발
9·15 노사정 합의 휴짓조각으로
정부 일방개편에 강경투쟁 전환
“이제는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다”
노사정위원회 탈퇴 등 시간문제
9·15 노사정 합의 휴짓조각으로
정부 일방개편에 강경투쟁 전환
“이제는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다”
노사정위원회 탈퇴 등 시간문제
박근혜 정부가 노동시장 개편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9·15 노사정 대타협’이 백지화 수순에 접어들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31일 전날 정부가 발표한 ‘저성과해고·취업규칙 변경 양대 지침’에 대해 강력비판하며 노사정 대타협이 무효임을 공식 선언했다. 노동개편 관련 5대 법안(이하 노동 5법)의 연내처리 추진 등 정부여당의 일방주의에 끝내 노사정대타협이 100여일 만에 종잇조각으로 전락하게 됐다.
김 위원장은 이날 2016년 신년사에서 “한국노총은 조직 안팎의 비난과 시련 속에도 사회적 합의를 한 당사자로서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지만 정부와 사용자는 사회적 합의를 지킬 노력도 의지도 없었다”며 “연초에 중앙집행위원회 등 회의를 열어 정부·여당에 의해 훼손된 노사정 합의 전면 백지화와 향후 투쟁계획을 공식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여당의 노동 5법 추진 등에 항의하며 김 위원장이 개인 자격으로 일인시위를 진행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해왔으나, 앞으로는 노사정 대타협 백지화를 기정사실화하고 강경투쟁으로 ‘모드 전환’을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노사정 대타협이 백지화 수순을 밟게 된 것은 30일 고용노동부가 ‘저성과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지침(양대지침) 정부안을 발표한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앞서 한국노총은 지난 23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정부가 노동 5법 직권상정 및 긴급재정경제명령권 발동, 공공기관 및 금융기관에 대한 ‘성과연봉제’ 일방 시행, ‘저성과 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지침 발표 등을 강행할 시에 노사정위원회 탈퇴 및 조직적 투쟁에 나서겠다”고 결정한 바 있다. 정부가 한국노총의 이런 반발에 아랑곳 않고 양대지침을 발표하자, 한국노총으로서도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셈이다.
지난해 9월15일 노사정위원회가 발표한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합의문’은 양대 지침과 관련해서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고 명시했다. 정부는 30일 정부안을 발표하며, “정부 초안을 발표한 것일뿐, 노사 양쪽의 의견을 들어 최종안을 확정하고 시행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지만, 김 위원장은 이날 신년사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지침 공개는 그 파급력을 감안할 때 사실상 지침 시행과 마찬가지이며 노사정 합의 파기이자 사회적 대화를 파탄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은 노사정 대타협 바로 다음날인 9월16일 노동계가 반대하는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파견 허용 범위 확대’ 등이 포함된 노동 5법을 당론으로 발의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노동 5법을 연내 처리해야 한다”고 수차례 국회를 압박했다. 결국 야당의 반대로 연내처리는 불발됐지만, 정부·여당의 속도전은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과 불신을 불렀다. 노사정합의문은 ‘기간제·파견근로자 등의 고용안정 및 규제 합리화’와 관련해 “노사정은 관련 당사자를 참여시켜 공동실태조사,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해 대안을 마련하고 합의사항은 정기국회 법안의결시 반영토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그간 고심을 거듭해왔지만 이제는 더이상 함께 갈 수 없다는 쪽으로 의견이 정리됐다. ‘노사정 대타협 백지화’에는 노사정위 탈퇴 카드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는 “정부여당이 노사정 합의정신에 위배되는 법안과 지침을 계속해서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합의 주체였던 한국노총이 이에 상응하는 대응을 내놓은 것으로 본다”며 “정부 여당이 노동 현안에 대해 다수·주류의 힘으로 자신들의 입장만 강행하려는 대결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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