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노동

비정규직 연장·저성과 해고 ‘속도전’…청년고용 등 ‘뒷전’

등록 2016-01-12 19:50수정 2016-01-12 22:08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왼쪽) 뒤쪽 벽에 전태일 열사(왼쪽 액자)의 사진이 보인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9·15 노사정 대타협’ 파기 여부를 논의하기 위해 열린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왼쪽) 뒤쪽 벽에 전태일 열사(왼쪽 액자)의 사진이 보인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노사정 합의안’ 이행실적 들여다보니
한국노총이 11일 “9·15 노사정 대타협이 파탄 상태에 이르렀다”고 선언하면서 ‘9·15 노사정 타협안’은 사실상 휴짓조각이 될 위기에 처했다. ‘청년 실업 문제 해결과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 해소를 위한 사회적 대타협’으로 불렸던 타협안이 넉달 만에 폐기될 위험에 처한 것은 정부·여당의 일방주의와 기업 편향성 탓이 크다. 노사정 타협안을 항목별로 살펴보면 기간제 계약기간 연장, 파견 규제 완화, 저성과자 해고 지침 등 노동계가 반대하는 부분은 ‘속도전’ 식으로 진행됐지만, 청년고용,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등 기업 쪽에 부담이 되는 부분은 제자리이거나 거북이걸음을 걷고 있다.

노사정 희생과 양보한다더니
정부여당 일방주의·기업 편향성
노동계 부담과제는 쾌속 진행
기업 부담과제는 후속조처 없어

■ 기업 부담 과제는 제자리 노사정은 지난해 9월15일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이하 노사정위) 논의를 통해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노사정 합의문’에 서명했다. 청년고용과 노동시장 이중구조(대기업-중소기업 간, 정규직-비정규직 일자리 간 격차 심화) 개선을 위해 노사정이 각자 희생과 양보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노사정은 ‘청년고용 활성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사회안전망 확충’, ‘노사정 파트너십 구축’, ‘통상임금 등 3대 현안 해결을 통한 불확실성 제거’ 등 모두 5가지 의제에 대해 합의했다. 노동계에서는 합의 직후부터 “노동자들은 ‘고용안정’이라는 핵심적인 부분에서 양보를 했지만, 사용자는 사실상 손해 볼 게 없는 불공정 합의”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우리 사회 가장 시급한 과제인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적 동력은 마련했다는 의미는 인정받았다.

하지만 노사정 대타협의 명분이었던 ‘청년고용 활성화’ 의제에서부터 불균형이 심각했다. 한국노총은 5대 의제에 해당하는 192개 세부 실행과제에 대한 이행점검표를 마련했는데, 청년고용 활성화 의제에 해당하는 20가지 실행과제 가운데 실제 ‘진도’가 나간 과제는 청년고용촉진협의회 구성, 청년고용 재원 마련을 위한 임금피크제 도입 등 단 2건에 그쳤다. 박근혜 정부는 노동시장 구조 개편을 통해 청년 일자리 37만개를 만들 수 있다고 밝혀 왔지만, 그간 원론적인 대화 채널 구성(청년고용촉진협의회)과 기업 쪽 숙원사업(임금피크제 도입)만 해결된 꼴이다. 대기업·공기업 청년 신규채용 규모 확대, 고소득 임직원 임금인상 자제,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복지 격차 축소,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등 나머지 합의 내용들은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못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의제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원청 노사의 중소 협력업체와의 동반성장 노력, 고소득 임직원의 임금인상 자제와 이를 통한 비정규직·협력기업 근로자의 처우개선 추진, 노사정의 상생협력을 위한 사회적 책임 행위준칙 마련, 원청업체의 적정 납품단가 보장, 비정규직 남용 억제 등 상대적으로 기업이 노력해야 하는 과제들은 뚜렷한 후속조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또 정리해고와 관련한 “경영상 사유로 고용조정이 필요한 경우, 경영계는 임금·근로시간 조정, 배치 전환 등을 우선 추진함으로써 감원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영상 고용조정 절차의 명확화를 위해 근로기준법상 경영상 해고의 회피 노력을 구체적으로 예시하고 재고용 제도의 실효성 제고 방안을 강구한다” 등의 합의 내용은 후속 움직임이 없었다.

■ 노동자 부담 과제는 속도전 같은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의제라도 기업 쪽에서 요구하고 노동계가 반대하는 과제들은 속도감 있게 추진되고 있다.

노사정 타협안은 ‘기간제·파견근로자 등의 고용안정 및 규제 합리화’에 합의하되 기간제 사용기간 및 갱신 횟수, 파견근로 대상 업무 등에 대해서는 ‘추가 논의과제’로 남겨놓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9·15 노사정 대타협 바로 다음날인 9월16일 파견노동 대상을 큰 폭으로 확대하는 파견법 개정안과, 기간제 노동자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기간제법 개정안을 발의하고 연내 처리 방침을 분명히 했다.

또 ‘근로계약 해지 등의 기준과 절차 명확화’, 즉 ‘저성과자 해고 지침 신설’ 부분도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에도 지난달 30일 정부 초안이 발표되는 등 실질적인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노동자들에게 가장 민감한 ‘해고’ 문제를 전면화시키면서도 기업 쪽은 이에 상응할 만한 어떤 ‘대가’도 내놓지 않은 것이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연구교수는 “당초 노사정 합의 내용 자체가 노동계에 가혹한 조건을 강요하고 경영계에는 ‘노력한다’ 수준의 추상적인 어휘만 있었다”며 “이후 정부·여당 움직임을 통해서 노사정 대타협이 ‘노동개악’을 위한 장식품 노릇만 할 것이라는 합의 당시 우려가 현실화된 셈”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