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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기업 ‘저성과 해고’ 형식만 갖춰 인력감축 악용 가능성

등록 2016-01-22 19:33수정 2016-01-22 22:05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의 양대 지침(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발표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정부지침 분쇄’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의 양대 지침(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발표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정부지침 분쇄’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쉬운해고·임금개편 길터준 노동부
22일 고용노동부가 저성과 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과 관련된 ‘양대지침’ 발표와 시행을 강행했다. 정부 지침은 법률이나 시행령과 달리 장관의 결재만으로 즉각 효력을 가질 수 있다. 대신 법적 강제력은 없다. 하지만 고용부 소속 공무원들이 행정집행 및 근로감독을 하는 데 기준이 되기 때문에, 실제 각 사업장의 노동현실에는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 능력 중심 인력운용? 구조조정의 새 무기?

저성과자 해고 관련 정부 지침
저성과자 해고 관련 정부 지침
현행 근로기준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노동자를 해고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법원은 ‘정당한 사유’에 대해 상당히 엄격한 잣대를 요구해왔다. 업무부진으로 해고를 인정받기는 쉽지 않았다. 사용자들은 저성과를 이유로 해고할 때도 ‘징계해고’의 형식을 취해왔다. 징계해고는 징계위원회 개최 등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반해고’(통상해고)는 주로 노동자의 부상·사고, 범죄행위 등으로 근로제공이 불가능한 경우 등에 주로 이뤄졌다. 이날 배포된 지침은 ‘업무능력 부족’이 일반해고 사유가 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저성과해고가 ‘쉬운 해고’로 이어질 것이라는 노동계 비판에 대해 “지침의 내용은 법률과 판례의 내용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이라며 “쉬운 해고가 아닌 직무능력과 성과 중심의 인력운영을 위한 신호등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정부 지침을 보면 저성과해고를 위해서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인사평가가 이뤄져야 하고 해고 전에 교육훈련을 통한 능력개발의 기회와 배치전환 등 재도전 기회를 줘야 한다고, 꽤 까다롭게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설명에도 불구하고 개별 사업장에서는 ‘저성과 해고’ 지침이 구조조정의 또다른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무·성과 평가와 전환배치 등이 사용자 주도로 이뤄져 내실있게 진행될 것이란 보장이 없는데다, 지침이 정하고 있는 형식적 요건만 거치면 해고가 가능하다는 식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선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전 회장은 “인건비 감축을 위해 법에 규정되지도 않은 희망퇴직·명예퇴직을 강요하는 마당에 저성과 해고라는 새로운 무기까지 쥐어준 것”이라며 “지침 자체가 근로기준법에 규정되지 않은 해고사유를 구체화한 꼴이어서 법위반 논란이 일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부 ‘쉬운 해고’ 아니라지만
현장선 평가·전환 배치 모양새 갖춰
‘쉬운 해고’ 몰아붙일 가능성

“사업주들에게 새 무기 쥐여줘”
지침으로 해고사유 명시 위법 논란

노동자 동의 없는 임금피크제도 허용
노동자에 불리하게 적용될 우려

■ 임금 피크제 급물살…다른 노동조건도 악화 우려

취업규칙 변경 관련 정부 지침
취업규칙 변경 관련 정부 지침
취업규칙 변경 지침은 임금피크제 논란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다. 당장 올해부터 노동자들의 정년이 60살로 연장되기 때문에 기업들로서는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임금피크제 도입은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따라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과반 동의를 받기 어려운 기업들을 위해, 노동자 과반 동의를 받지 않고도 취업규칙 변경을 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 이번 정부 지침이다.

이날 고용부가 밝힌 ‘취업규칙 지침’은 △노동자가 입는 불이익 정도 △취업규칙 변경의 필요성과 정도 △변경된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근로조건의 변동 정도 △노동자 의견수렴 정도 △동종 상황에 대한 국내 일반적인 상황 등 6가지 기준을 종합해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될 경우, 노동자의 과반 동의를 받지 않은 취업규칙 변경도 효력을 가질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예컨대 임금피크제의 경우 일정 연령 이상이 되면 임금이 줄어드는 대신 정년이 연장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식이다.

노동계는 이 지침 시행을 통해 임금피크제 도입뿐 아니라 향후 성과급제를 도입하는 임금체계 개편 등 각종 노동조건을 정할 때 사용자 쪽이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노무법인 참터의 유성규 노무사는 “노사 협상을 거쳐 체결되는 단체협약이 취업규칙보다 우선시되긴 하지만, 노조조직률이 10%에 불과한 현실에서 취업규칙 변경의 영향력은 아주 크다”며 “당장은 저성과 해고 지침에 대한 공포가 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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