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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현대차 “매주 유성·창조 불러 실적 보고하라” 지시

등록 2016-01-28 19:51수정 2016-01-28 22:20

전국금속노조 대표자들과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넷째)이 2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유성기업 노조파괴 증거 추가 폭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자동차가 유성기업 노무관리에 개입하고 유성기업은 어용노조에 향응을 제공했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전국금속노조 대표자들과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 넷째)이 28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유성기업 노조파괴 증거 추가 폭로 기자회견’을 열어 현대자동차가 유성기업 노무관리에 개입하고 유성기업은 어용노조에 향응을 제공했다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유성기업 노조파괴 수법 보니
금속노조와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28일 공개한 현대자동차의 노조파괴 개입 증거자료는 검찰이 2012년 11월 유성기업 서울사무소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각종 문건과 전자우편 등 증거물이다. 이날 공개된 수백장의 문건에는 유성기업이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신설된 기업노조에 가입하도록 노동자들을 회유한 과정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특히 ‘노조파괴 컨설팅’으로 유명한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이 전략을 마련하고, 현대차가 전 과정을 총괄한 정황도 공개됐다. 문건을 통해 드러난 이들 ‘3각 편대’의 노조파괴 행태는 광범위하고 집요했다.

■ 기업노조 가입 회유 및 향응 제공

유성기업은 과반수 노동자가 가입해 있었던 금속노조 유성지회 대신 새로 설립된 기업노조가 과반수 노조가 되길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 창조컨설팅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성노조(기업노조) 가입확대 전략’ 문건에는 “유성지회에 대한 중징계가 진행중이며, 중징계가 적용된 뒤에는 핵심세력이 현장에서 분리돼, 현장에서 영향력이 소멸된다”며 “2011년 12월31일을 기한으로 유성노조 조합원 과반수를 진행하는 것은 문제될 것 없다”는 등의 대책과 전망이 제시돼 있다. 김성민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은 “실제 유성기업은 이같은 컨설팅 내용에 따라 지회 소속 조합원을 중징계했다”며 “유성지회 소속이라는 이유로 승진 대상자의 승진이 유보되는 경우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유성지회에 대한 탄압과 함께 기업노조 가입을 위한 회유도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회사 쪽이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유성기업 노동조합 지원비용 지출내역’ 문건에는, 기업노조를 위해 회사 쪽이 식대 등을 지원한 내역이 포함돼 있다. 예를 들면, 유성기업 영동공장의 최아무개 이사는 2011년 7월19일 기업노조인 유성노조 발기인 모임에서 식대 16만7000원을 계산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영동공장 관리과의 유아무개 과장은 2011년 10월17일 유성노조 간부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만남을 가진 뒤 노래연습장에 함께 가 비용 27만1000원을 결제한 것으로 돼 있다.

금속노조는 이날 “유성지회 탄압 및 기업노조 지원을 위해 모두 121건의 회삿돈 지출이 있었던 것으로 금전출납부에 기록돼 있다”며 “전표에 기재된 액수를 모두 합치면 각종 식대와 향응비용만 1026만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이어 “이런 활동이 본격화된 2011년 11월~2012년 1월 사이 금속노조 조합원 22명이 기업노조인 유성노조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유성지회 탄압·기업노조 지원에
회삿돈으로 식대·향응 121건 지출
원청업체인 현대차에 낱낱이 보고

검찰 증거 확보하고도 “무혐의”
현대차 “검찰 불기소, 끝난 사안”
유성기업 “일상적 회식에 불과”

유성기업 노조파괴 현대 개입 증거
유성기업 노조파괴 현대 개입 증거

■ 활동상황은 현대차에 낱낱이 보고돼

이같은 노조파괴 행위는 사실상 ‘원청’업체인 현대차에 낱낱이 보고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구동부품개발실의 최아무개 이사대우는 자신의 부하직원들한테 보낸 전자우편에서 “신규노조 가입인원이 최근 1주일간 1명도 없는데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점검하라”며 “9월20일까지 220명, 9월30일 250명, 10월10일 290명 목표로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1명도 없는 이유가 뭔지 강하게 전달하라”고 적었다. 기업노조 가입현황 등을 현대차가 관리했다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이다.

최 이사대우의 지시에 따라 현대차와 유성기업, 창조컨설팅이 매주 한차례 회의를 진행했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최 이사대우는 “매주 1회 회사(유성기업), 창조(컨설팅)를 불러서 주간 실적 및 차주 계획을 면밀히 파악”하라고 지시했는데, 노무관리의 실무 책임자로 보이는 현대차 강아무개 차장은 유성기업 쪽에 “안건과 관련해 회의를 진행하고자 하니 참석해 달라. 회의 장소는 본사 10층 회의실”이라는 전자우편을 보내기도 했다.

또 실무자급으로 보이는 현대차 권아무개 대리는 유성기업 전무한테 ‘유성기업 동향보고’ 문건을 첨부해 보낸 전자우편에서 “2012년 말까지 신규노조에 80% 확보하겠다는 목표로 보고됐다. 징계·임금협상 등 나머지 (보고) 내용도 읽어보고 회의 참석자한테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자우편에 첨부된 ‘유성기업 동향보고’ 문건에는 기업노조와 유성지회의 가입자 현황, 유성지회 조합원의 징계 현황 등이 포함돼 있다. 권 대리는 “본 자료(첨부파일)는 보시고 폐기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임원이 참석하는 회의에 앞서 실무자 선에서 사전 조율을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

■ 증거 확보에도 깜깜이 검찰

그러나 검찰은 압수수색을 통해 이같은 증거를 확보하고도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혐의를 대부분 불기소 처분했다. 유성지회 쪽 대리인인 새날법률사무소의 김상은 변호사는 “2011년 유성기업 임직원과 현대차 임원을 노조관계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했지만, 검찰은 시간만 끌다 2013년 말에야 대부분 혐의에 대해 무혐의로 판단했다”며 “압수수색을 통해 증거자료를 확보하고도 기업 쪽에 면죄부를 준 검찰에 대해서도 법률적 대응에 나설지 여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금속노조는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항고 및 재정신청 등으로 맞선 바 있다. 그러나 현대차의 개입에 대해서는 증거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모두 불기소 처분이 이어졌다. 이에 금속노조는 추가로 확인된 문건 등을 토대로 현대차·유성기업 임직원 등을 노조관계법 위반 혐의로 추가 고소할 예정이다. 금속노조 황우찬 부위원장은 “현대차가 유성기업에 기업노조 가입 확대를 지시하고, 그 시점에 유성기업이 기업노조 확대를 위한 노동자 회유 및 향응제공에 나선 사실이 명확히 드러났다”며 “현대차는 협력업체 노사관계에 개입한 잘못을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금속노조는 2012년에 현대차를 이미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지만, 고용노동부와 검찰 조사를 거쳐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상황”이라며 “이에 금속노조가 검찰 항고 및 재정신청까지 했지만 최종 기각돼 종료된 사안일 뿐”이라고 했다. 유성기업 관계자는 “현대차는 납품지연을 유발하는 유성지회의 불법행위를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유성기업 쪽에 대안을 촉구한 것일 뿐”이라며 “기업노조에 대한 향응 제공이라 주장되는 저녁 자리도 계속되는 야근을 위로하기 위한 일상적인 회식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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