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도 메탄올 눈·피부에 직접 닿아
“따끔거리다 나아져 넘어갔는데…”
전문가 “위험의 외주화가 사고 원인”
“따끔거리다 나아져 넘어갔는데…”
전문가 “위험의 외주화가 사고 원인”
3명의 노동자가 메틸알코올(메탄올)에 무방비로 노출돼 실명 위기에 처한 경기 부천의 하청업체들에서 기준치의 10배에 가까운 고농도 메탄올이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장갑·보호의·환기장치 등 법이 정하고 있는 조처없이 일상적으로 메탄올을 사용해 심지어 눈에 직접 들어간 사례도 드러났다.(<한겨레> 2월15일치 10면 참조)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노동건강연대와 더불어민주당 장하나 의원실이 공동주최한 ‘청년 노동자들의 시각손상 사건이 의미하는 것’ 토론회에서 ㅇ업체와 ㄷ업체 소속 피해 노동자의 ‘재해발생 경위서’ 등이 공개됐다. 경위서를 보면, 3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ㅇ업체에 대한 작업환경측정 결과 사업장 안 5곳에서 채취한 시료에서 1030.1~2220.5ppm의 메탄올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1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ㄷ업체에서는 228.5~417.7ppm의 메탄올이 검출됐다. 메탄올의 노출 기준치는 200ppm 수준이다.
피해 노동자들이 상시적으로 메탄올에 직접 노출된 정황도 공개됐다. 피해자들은 1차 가공된 제품에 묻어있는 메탄올을 에어건으로 털어낸 뒤 직접 손에 쥐고 검사하는 업무를 맡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 메탄올이 눈이나 피부에 튀거나 노출되는 경우가 있었으며, 피해자는 이에 대해 “일시적으로 감각이 없거나 따끔거리다 완화됐기 때문에 그냥 손으로 닦는 식으로 넘어갔다”고 말했다고 경위서는 밝혔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공동대표(작업환경의학 전문의)는 “메탄올의 반감기가 2~4시간 정도임을 고려하면 메탄올 중독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유증기 등 형태로 꽉찬 작업장에서 사실상 메탄올에 절어 있었던 수준”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단계 하청구조와 파견노동자의 열악한 안전환경을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짚었다.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산재보험 의무가 없는 파견노동자에게 위험 업무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며 “외주화로 위험을 전가하는 구조가 이같은 사고의 구조적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 중 3명은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금속부품을 만드는 부천의 3차 협력업체 ㅇ업체와 ㄷ업체에서 일하던 중 지난달 중순께부터 구토와 함께 앞이 보이지 않는 증상을 겪었으며 현재 실명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고용부 근로감독 결과 이들은 불법파견 상태에서 일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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