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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사쪽이 노조 포섭해 산별노조 탈퇴 부추길 우려

등록 2016-02-21 19:40수정 2016-02-21 22:09

대법, 산별노조 탈퇴 판결

부당노동행위 다툼 벌어질듯
노동법 전문가들 ‘억지 판결’ 비판
산별노조, 판결 영향 최소화 위해
기업노조 시절 규칙들 수정 돌입
대기업 중심 운동의 실패 자성도
‘산업별 노조’(산별노조) 지회가 독자적인 결의를 통해 ‘기업노조’로 전환할 수 있다는 취지의 지난 19일 대법원 판결을 놓고, 민주노총 산별노조 체제의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민법 논리를 차용해 노동법 체계의 근간을 뒤흔든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비판하면서도, 그간 ‘무늬만 산별노조’로 운용돼온 노동운동의 관성을 극복하고 진정한 산별노조 운동을 강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 “노동법, 민법 기본 혼동한 억지 판결” 대법원이 금속노조 발레오전장(옛 발레오만도) 지회의 기업노조 전환 결의가 유효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근거는 금속노조 발레오전장 지회가 민법상 ‘법인이 아닌 사단’으로서의 실질을 갖춰 산별노조에 대해 독립성을 갖췄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즉 산별노조의 지부나 지회가 운영과 교섭 등 실질에서 나름의 독립성을 갖추고 있는 경우, 산별노조에서 기업노조로 전환할 수 있는 선택권을 주겠다는 취지다.(법인 아닌 사단 인정시 노조법 제2조 4호 준용) 얼핏 노동자 단체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합리적인 논리 흐름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김선수 전 회장은 “노동조합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의 단결권을 구체화하기 위해 고도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노조법 등은 이같은 특징에 기반해 노조를 특별히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인데, 사단의 일종이면 노조법 적용을 받는다는 논지는 노동법과 민법의 기본을 혼동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법상 법인이 아닌 사단으로 인정받는 것과, 노동조합법 노조전환 규정을 준용하는 것은 논리적 연관성이 없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김신 대법관도 이번 판결의 소수의견 보충의견을 통해 “노조법이 규정한 조직형태 변경의 문제를 다루는 자리에 정작 노조법은 간 데 없고 헌법과 민법의 이론만 난무하는 모습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 산별노조, “지부·지회 구성부터 재점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민주노총 소속 노동조합을 상대하기 꺼리는 기업들이 산별노조 지회를 포섭해 기업노조 전환을 부추키면서 기업노조로의 전환 시도가 이어질 수 있다. 이 경우 각 지회의 독립성 여부가 노조 전환의 유·무효를 가를 법리적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사용자의 지배·개입에 의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다툼도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각 산별노조는 이번 대법원 판결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먼저 각 지회 규칙 등을 손보는 조직 재구성에 나설 예정이다. 금속노조 법률원의 김태욱 변호사는 “각 지부마다 기업노조 시절 자율적인 활동과 교섭 등을 규정한 규칙이 여전히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규칙 등을 개정해 산별노조에 대해 독립성을 가진 ‘법인이 아닌 사단’으로 볼 가능성을 차단하고, 산별노조에 걸맞는 규정 체제를 재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 무늬만 산별노조? 진정한 산별노조로 이번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기존 산별노조 운동의 실패를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원청업체-하청업체, 대기업-중소기업간, 정규직-비정규직간 격차문제에 소홀히 해왔던 대기업 정규직 중심 산별노조 운동의 실패가, 이같은 위기로 돌아왔다는 진단이다. 정이환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사회학)는 “산별노조 지도부가 사회 연대적 성격의 노동운동을 결정하고, 사회적 압력을 통해 조합원들의 지지를 이끌어야 한다”며 “이 과정을 통해 진정한 의미의 노동운동이 회복되지 않는다면 ‘무늬만 산별노조’에 대한 공격은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집행위원은 “울산 현대차, 광주 기아차 등 지역 산업 생태계를 선도하는 사업장 지부가 나서, 우선 지역 단위 차원에서라도 원·하청 분절구조 극복 등 산별노조 이념에 걸맞는 연대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강신준 동아대 교수(경제학)는 “노동 유연성 등 사업주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하더라도 산별노조의 교섭력을 강화할 수 있는 법·제도 마련을 위한 정치적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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