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실명사고에 사회적 책임 목소리
노동계 “무차별적인 외주화 중단을”
정부, 원·하청 참여 프로그램 확대
노동계 “무차별적인 외주화 중단을”
정부, 원·하청 참여 프로그램 확대
최근 파견 노동자들이 메틸알코올(메탄올)에 중독되는 산업재해가 잇따라 일어난 데 대해, 해당 사업장의 원청업체인 삼성전자와 엘지(LG)전자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동계는 이날 두 기업에 원청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공개 질의서를 보냈다. 정부도 원청의 관리 책임을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건강연대와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노동 관련 단체들은 2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 엘지 등 휴대전화 제조 원청 대기업은 하청업체의 유해화학물질 사용을 중단시키는 등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산업재해 위험을 전가하는 무차별적인 외주화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공개 질의서에는 하청업체의 메탄올 사용을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노동안전을 위한 모니터링을 실시한 바 있는지, 향후 메탄올 중독사고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의 질문이 담겼다.
지난 1월말부터 경기 부천과 인천 남동공단에 있는 휴대전화 부품업체 3곳에서 파견 노동자 5명이 메탄올에 중독돼 시력을 잃는 등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이들 사고 사업장은 모두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의 휴대전화 부품을 생산하는 3~4차 하청업체들이다.
노동단체 등은 이번 산업재해의 근본적 원인으로 다단계 하도급 구조 속에서 원청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봤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최재준 한국노총 사무처장은 “기업의 하청을 받는 중소 하청업체들이 산재를 예방할만한 여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고, 비용 절감을 위해 불법 파견 노동을 이용하고 있다. 안전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전을 위해서는 메탄올 대신 에틸알코올 사용이 권장되지만, 가격이 3배 비싸다. 원청 대기업과 하청업체 사이에 상생 구조가 정착되지 않는 이상, 영세 하청 사업주들이 비용이 높은 에틸알코올을 사용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정부도 원청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이 실시하고 있는 ‘산업안전 공생협력’ 프로그램의 참여 범위를 확대해 원·하청 업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식이다. 고용부는 이를 통해 메탄올 등 위험물질 활용에 따른 산업안전 기술이전 및 재해예방 컨설팅, 수시 모니터링 등 원청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이행하도록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단속 중심의 행정편의적 접근으로는 다단계 하청구조에서 빈발하는 ‘위험의 외주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원청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해 원하청 상생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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