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여성 16%보다 많아
성별보다 서열이 더 영향
성별보다 서열이 더 영향
직장에서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는 남성 노동자가 22%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각지대’이던 남성 노동자의 성희롱 피해에 대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17일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서유정 부연구위원의 ‘직장 성희롱 및 폭력 분석’ 결과를 보면, 6개월 이내에 직장에서 언어적·육체적 성희롱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한 남성의 응답률은 22%로, 여성(15.9%)보다 높았다. 기존 연구나 ‘성희롱 피해자는 주로 여성’이라는 사회적 통념에 비춰 이례적인 결과다.
서유정 부연구위원은 “그간 조사에서 남성 노동자들이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아예 인식 못하거나 응답을 꺼려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성폭력에 대한 개념 자체가 부족하거나 사회적 지위에서 약자로 인식되는 것을 피하려 했던 결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성희롱 피해 경험 노출을 꺼리는 ‘응답 기피’를 줄이기 위해, ‘성희롱’ ‘성폭력’ 등 언급을 넣지 않고 구체적인 성희롱 피해 유형을 설명한 뒤 ‘비슷한 경험을 한 적 있는지’를 묻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보건 및 사회복지, 금융 및 보험, 공공행정 및 공무직, 서비스업, 건설업, 제조업 등 6개 직군에 종사하는 노동자 6027명(남성 3159명·여성 2835명·무응답 33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이번 조사에선, 서비스업 노동자들의 피해 응답률이 29.1%로 가장 높았다. 보건 및 사회복지(18.9%), 금융 및 보험(16.0%)이 뒤를 이었다. 남성 노동자의 피해 응답률이 높았던 직종은 서비스업(남성 35.0%·여성 17.1%), 금융 및 보험(남성 17.2%·여성 13.6%) 등이었다. 김보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책임연구원은 “직장 내부 성폭력에서는 성별에 따른 권력관계 만큼 직장 내 권력관계도 강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인 대체적인 평가”라며 “다만 여성 노동자와 남성 노동자가 입은 성희롱·성폭력 피해의 수위와 종류에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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