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7년째 음식점을 운영중인 서윤수씨(왼쪽)와 이곳에서 4년째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혜원씨가 23일 오후 가게문을 열 준비를 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고깃집’ 서윤수씨 임대차 다툼속
알바생 시급 7500~8000원 보장
“형편 되면 최저임금 1만원 줄 것”
알바노조-임차상인 손 맞잡아
알바생 시급 7500~8000원 보장
“형편 되면 최저임금 1만원 줄 것”
알바노조-임차상인 손 맞잡아
“건물주가 ‘갑’이라면 우리는 ‘을’, 을에게 월급 받는 알바들은 ‘병’입니다. 갑질이 싫다고 병에게 을질을 해서야 되겠습니까.”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고깃집 ‘우장창창’을 경영하는 서윤수(39)씨는 4년 전부터 건물주와 피 말리는 법정 다툼을 하고 있다. 직장을 관두고 가게를 시작한 2010년 서씨는 ‘보증금 4000만원-월세 300만원’짜리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서씨는 창업에만 4억1500만원이 들어간 만큼 오랫동안 장사하길 원했다. 하지만 새로 바뀐 건물주는 2012년 5월 서씨에게 ‘가게를 비워달라’고 요구해왔다. 같은 건물 지하로 이사하는 등 새 건물주와 간신히 합의를 했지만, 또다시 건물주는 주차장 사용 문제로 임대차 계약 해지를 요구해왔다. 지난해 12월 명도소송에서 패소한 서씨는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간신히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내 코가 석 자’란 말이 나올 법도 한데, 서씨는 가게에서 일하는 알바생들에게만은 최저임금(6030원)보다 높은 시급 7500~8000원을 쳐주고 있다. “맘 편하게 장사할 형편만 된다면”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올릴 뜻도 있다. 서씨는 “자영업 하는 사장들도 따지고 보면 정규직 고용시장에서 소외된 사람들이라 정규직 취업이 힘든 비정규직 알바생의 마음을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씨는 창업 이후 해마다 법정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시급을 주고 있다. 그의 가게에서 4년간 일한 취업준비생 정혜원(23)씨는 “고교 졸업 뒤 여러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주일 만에 그만둔 적도 있지만, 이 가게에선 2012년 처음 일할 때부터 최저임금보다 높은 시급을 제안해 지금도 시급 8000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다른 사장님들은 ‘알바들은 책임감이 없다’고 하는데 시급이 1만원가량으로 높아져 안정적인 소득이 생긴다면 알바들도 내 일 하듯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씨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자영업자들(맘 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 맘상모)이 2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알바노조 사무실에서 알바생(알바노조)과 만났다. ‘최저임금 1만원’을 고리로, 을과 병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4년 전 맥주가게를 창업했다가 건물주의 부당한 퇴거 요구를 경험한 적 있는 신가람(35)씨는 “건물주가 갑자기 월세 60만원을 올려달라 하니 돈 한푼이 정말 아쉬웠지만, 알바생 시급 깎을 생각은 안 들더라. 우리가 알바생을 착취한다면 건물주에게 ‘갑질 말라’ 할 수 있겠냐”며 “알바생 임금 높이는 일에 자영업자들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맘상모의 조윤 활동가는 “‘안 그래도 죽겠는데 최저임금 1만원은 임차상인들은 다 죽으라는 얘기냐’고 하는 자영업자들이 많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높아져 (노동자들의) 소비 여력이 높아지면 장사하는 사람들에게도 이익”이라고 했다. 이들은 다음달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최저임금 1만원 지지’ 설문조사를 벌이고, 6월 ‘사장님-알바생 합동 성토대회’를 여는 등 꾸준히 활동을 함께할 계획이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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