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불법파견 시간끌기 입증”
현대자동차가 2년 이상 근무한 파견노동자를 정규직이라고 본 옛 파견법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을 취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을 하지 않기 위해 ‘시간끌기용’으로 냈다는 비판을 받아왔던 소송이었는데, 정규직 특별채용 노사합의 이후 취하한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옛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위헌이라며 2010년 12월과 2011년 3월 낸 헌법소원을 취하했다. 현대차 홍보 관계자는 16일“3·17 사내하청 특별합의에 따라 지난 9일 헌법소원 취하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말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3월17일 사내하청 노동자들을 올해 1200명, 내년에 800명을 특별채용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헌재가 위헌성을 심판하던 대상은 옛 파견법의 ‘고용의제’ 여부였다. ‘사용주가 파견근로자를 2년 이상 사용했을 때 직접 고용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다.(현행 파견법은 ‘고용한 것으로 본다’는 내용이 ‘고용할 의무가 있다’는 것으로 바뀌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옛 파견법의 이 조항에 따라 원청을 상대로 부당해고 무효소송을 제기하며 정규직화를 요구할 수 있었다. 이 조항에 따라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현대차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잇따르자, 현대차가 법적 분쟁을 헌재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당시 현대차는 ‘고용의제’ 조항이 “능력과 품성이 어떤지도 모르는 사내하청 노동자를 고용하고 임금을 지급해야한다”며 “계약이 자유와 기업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고, 노동계에서는 “불법파견을 한 현대차가 마땅히 져야 할 정규직 고용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헌법소원을 내 시간을 끌고 있다”며 헌재가 소송을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헌재는 2013년 공개변론을 열어 심리를 진행했지만, 5년이 넘도록 선고를 하지 않았다. 결국 현대차의 취하로 법 자체의 위헌 여부에 대한 판단에 이르지는 못하게 됐다.
오민규 전국비정규직연대회의 정책위원은 “고용의제 자체가 위헌이라면 불법파견뿐 아니라 합법파견조차 위헌이란 뜻”이라며 “위헌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도 현대차가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유는 패소가 활실한 불법파견 소송을 법원에 묶어두기 위한 ’시간끌기용‘이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현대차 쪽은 아산공장 사내하청 해고노동자 4명의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을 헌재 결정 이후로 미뤄줄 것을 요청했고 이 사건은 대법원에만 4년 3개월간 계류하다가 지난해 2월 사내하청 해고노동자들이 승소했다.
이 소송의 ‘당사자’인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였다가 현대차 정규직 노동자가 된 최병승씨는 “현대차가 시간을 끌기 위해 낸 소송이었는데, 써먹을 만큼 써먹고 (합의가 되자) 버리는 느낌”이라며 “법적인 절차를 이용한 폭력이 확인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소회를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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