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노동계 조선 구조조정 토론
“설비·인력 감축 추진은 실패한 일본방식 답습”
조선업 노조연대 상경 시위
“설비·인력 감축 추진은 실패한 일본방식 답습”
조선업 노조연대 상경 시위
정부가 지난 8일 발표한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계획이 노동자에게 고통을 떠넘기는 방식이라는 비판이 정치권과 학계, 노동계에서 쏟아졌다. 1970년대 숙련 인력을 대규모 구조조정하면서 쇠락의 길을 걸은 일본 조선업의 전철을 답습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박종식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 전문연구원은 9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야 3당과 노동계 공동주최로 열린 ‘위기의 조선산업, 벼랑 끝 조선노동자, 올바른 해법은 무엇인가?’라는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서 “2018년까지 설비 20%, 인력 30%를 줄이겠다는 계획은 (1970~80년대) 일본의 구조조정 방식”이라며 “지금 우리나라는 일본 조선산업의 실패를 답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조선산업이 2000년 중반 이후 세계 조선산업 호황기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일본 조선산업의 쇠락 때문이었다. 일본 정부는 1973년 오일 쇼크 이후 조선업을 사양산업으로 판단해 설비 축소와 함께 숙련 인력을 대규모 구조조정했다. 그 결과 2000년 초반 세계 조선산업이 급성장할 때 설비와 인력 부족으로 한국, 중국에 수주 물량을 빼앗기며 세계 3위로 밀려났다. 일본은 최근 조선업을 ‘사양산업’에서 ‘필요산업’으로 바꿔 설비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정부가 8일 발표한 조선업 고용지원대책을 보면, 숙련인력에 대해서 일본 등 조선분야 설비투자 확대 국가로의 해외취업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박 연구원은 “정부가 한국 조선업을 전망이 없는 ‘사양산업’으로 규정하고 숙련 노동자를 경쟁국가로 유출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힌 셈”이라고 지적했다. 신원철 부산대 교수(사회학)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구조조정은 사회적 동의를 얻기 어렵다”며 “특히 하청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많은 피해를 주는 형태라 갈등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야당 원내대표들도 정부 책임과 책임자 처벌을 강조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조선업) 정책 실패 책임의 책임이 어디인지 분명히 밝히고, 노동자에게만 고통을 떠안기는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오는 14일 여야 3당 정책위의장과 경제부총리가 참석하는 민생경제현안점검회의에서 노동자 희생과 국민의 눈물만 강요하는 구조조정은 있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경영 부실을 가져온) 관계자 처벌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계획에 반대하며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1박2일 상경 노숙투쟁’을 벌인 조선업종 노조연대 노조원 20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8시께 수출입은행 앞에서 ‘일방적 구조조정 강행! 채권단 규탄 집회’를 열고 “정부의 구조조정은 조선산업 죽이기”라며 ‘일방적 구조조정의 중단’‘정부와 노조 간 대화 창구 마련’ 등을 요구했다. 황우찬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고용부는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기 위한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려 고영선 차관 주재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첫 회의를 가졌다. 조사단이 활동을 마무리하면 고용부는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이달 말 고용부장관이 위원장이 되는 고용정책 심의회를 열어 지정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
정은주 박태우 기자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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