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조 조선업종노조연대 노조원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운동 청와대들머리에서 열린 일방적 구조조정 반대, 부실경영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정부가 조선산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24일 처음 경남 거제를 찾아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노사를 만났다. 이 장관은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를 통한 ‘협력적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대우조선 노동조합과 삼성중공업 노사협의회는 채권단 중심의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다시 확인하며 “구조조정 관련 노사정 협의체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했다.
이날 이 장관은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노사를 차례로 만났다. 이 장관은 양쪽 노사를 만난 자리에서 “투쟁과 불신은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고, 고통을 인내하며 속도감있게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 재고용에 도움을 준다”며 “국민·해외선주·정부의 믿음이 가장 중요한 요소로 노사가 협력해 더 큰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노조가 파업을 하면 정부차원의 지원을 할 수 없다’는 방침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선 이 장관은 “지금 말씀 드릴 단계가 아니”라며 말을 아꼈다.
이 장관은 또 “대부분의 실업자들이 협력업체에서 나오고 있고, 실업급여 수급자가 127만명인데 조선 3사의 원청이 상대적으로 고임금이어서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협력업체에 대한 원청 노동자들의 배려가 필요하다”며 정규직 노동자들의 ‘양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대우조선 노동조합 현시환 위원장과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변성준 위원장은 채권단·정부 중심의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 반대입장을 명확히 했다. 현 위원장은 “구조조정이 기업과 노동자에게 도움을 주기보다 사람을 자르고 설비를 축소하는 등 목에 칼을 대고 있다”며 “조선업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제도 개선과 정책적 지원”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의 ‘파업땐 지원불가’ 입장에 대해 “돈을 빌미로 사람을 협박하는 것처럼 추잡스러운 것이 없다”며 “정부가 노사정 대화 요구를 묵살하면서도 노동조합을 부추겨 파업을 조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변 위원장도 “정부와 채권단, 대통령까지도 노동자의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한 뒤 “말뫼의 눈물로 유명한 스웨덴은 15년 동안 노사정이 대화로 합의해 구조조정을 한 만큼 오늘을 계기로 노사정 대화의 장이 열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변 위원장은 “정규직 노동자가 협력업체를 배려해야 한다”는 이 장관의 말에 대해서는 “2003년부터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매년 임금 단체협상을 통해 휴가·상여금·학자금 등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며 “마치 정규직 노동자들이 협력업체 노동자를 배제하고 모든 혜택을 누리는 것처럼 봐선 안된다”고 반박했다.
한편, 협력사 대표들이 “조선업종엔 최저임금을 별도로 적용해달라”고 요구한 데 대해 이 장관은 “최저임금 업종별 적용 문제는 임금체계를 바꾸는 노력과 병행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거제/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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