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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무노조’ 삼성중공업이 제일 먼저 파업한 이유는?

등록 2016-07-07 16:56수정 2016-07-07 21:12

7일 ‘빅3’ 노조 중 처음으로 4시간 파업
노조 아니라 노조법 적용 안되지만
‘노사합의’ 규정에 교섭·쟁의권 보장
일부 조항은 노조보다 유리하기도
“회사 자구안 철회 안하면 전면파업”
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이날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철회’ 집회에 참가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제공
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이날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이 ‘구조조정 철회’ 집회에 참가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 제공
7일 오후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조선소 ‘민주광장’에 생산직 노동자 3000여명(전체 5300여명)이 일손을 놓고 모였다. 이들은 구호를 외치며 조선소 안을 행진했고 ‘노동자와 협의 없는 일방적 구조조정 철회’를 주장했다. 4시간짜리 부분파업을 벌인 것이다. 지난달부터 구조조정이 본격화된 이후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등 ‘빅3’ 사업장 가운데 최초로 실행된 파업이다. 앞서 삼성중 노동자협의회(노협)는 지난달 28일 92%의 찬성률로 파업에 돌입하기로 결의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이 제일 먼저 ‘구조조정 반대’를 내건 파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노조’가 없는 까닭이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은 파업에 앞서 노동위원회의 조정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대우조선 노조가 파업을 결의한 뒤 노동위원회 쟁의조정을 신청했다가 “구조조정 반대를 내건 쟁의행위는 조정대상이 될 수 없다”는 이유로 지난달 20일 조정이 반려되기도 했다. 하지만 노조가 아닌 삼성중 노협은 회사에 쟁의행위를 신고한 뒤 7일간의 노사 냉각기간을 거치면 파업에 곧장 들어갈 수 있다. 또 회사는 파업 등 쟁의행위로 생긴 손해에 대해 노협 또는 노동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노조가 아니면서도 이런 권리를 보장받고 있는 이유는 삼성중의 노사가 협의한 ‘노동자협의회 규정’에 이같은 내용이 포함돼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은 1988년 4월16일부터 삼성중공업 노동자들이 노조 설립을 위해 벌였던 10일간의 파업투쟁인 ‘4·16 투쟁’의 산물이다. 당시 해고되기도 했던 변성준(52) 현 노협 위원장은 “회사가 당시 노조가 있었던 다른 회사의 단체협약을 모아 초안을 작성해 노협에 제시한 뒤 노사 합의로 규정을 만들었다”며 “회사가 노조를 만들지 못하게 하는 대신 노조만큼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노동자들과 합의한 것”이라고 했다.

사업영역으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작업환경 개선, 기업운영의 민주화와 성과배분의 적정화’ 등을 삼고 있는 노협은 노조는 아니지만, 노조법상의 권리는 대부분 갖고 있다. 규정엔 “회사는 노협을 유일한 교섭단체로 인정한다”고 돼있어 일반적인 노조의 ‘단체교섭권’이 있고, 노조법 상 ‘단체협약’은 하지 않고 있으나 노협 회원들이 선출한 교섭위원들이 회사와 매년 임금 협상을 벌이고 후생복지 등 단협에 준하는 내용도 합의해왔다.

조합비를 걷는 대신 재정을 회사에서 지원받고 있다는 점은 노조와 다르다. 노조 간부들의 회사밖 활동에 대한 별도 규정도 없어 서울에서 집회가 열릴 땐 휴가를 내고 참가한다. 변 위원장은 “노조가 아니라서 회사의 수주활동에 동참하는 등 회사에 협조적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수주는 수주고 투쟁은 투쟁”이라며 “지금이라도 회사의 수주를 위해 노협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선주를 만나러 회사와 함께 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중 회사 쪽은 2018년까지 전체 인력(1만4000명)의 30~40%(약 5400명)을 줄이겠다는 내용의 ‘자구안’을 내놓고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노협은 지난달 말까지 1200여명이 희망퇴직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변 위원장은 “희망퇴직은 사실상의 정리해고다. 고용유지를 위한 노동시간 단축과 휴직 등 대안을 이전부터 회사쪽에 제안했지만, 회사는 사람자르기식 자구안을 내놨다”며 “자구안을 철회하면 즉각 대화에 나서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전면파업 등 투쟁수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노협은 이달 중순 조선업종 노조연대와 공동파업을 벌일 계획이다. 삼성중 회사쪽 관계자는 이날 파업에 대해 “노협 집행부를 만나 자구계획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대화를 갖자고 계속 요청을 했는데도 응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거제/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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