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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교생실습 나갔다가 꿈 접었어요”…장애인에겐 너무 높은 교단

등록 2016-07-08 08:12수정 2016-07-08 08:18

시설 열악하고 시선도 불편
재활치료 위해 병가 낸 장애교사 평가 불이익 받기도
장애인교사 ‘6천명 의무고용’ 준수 선결 과제…학교 구성원 인식·근무여건 개선
고용노동부는 장애인 교원 고용을 늘리겠다며 ‘장애인 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약칭 장애인고용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다.

장애인 의무고용률(3%)을 지키지 않은 시·도교육청에 300억원대 규모의 장애인고용부담금을 부과하겠다는 내용이다.

개정법안이 적용되는 2020년부터 막대한 부담금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인 각 시·도교육청은 아우성이다.

장애인교사를 뽑고 싶어도 교육대나 사범대 재학 중인 장애인 학생 수가 턱없이 부족해 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전국 교육청들이 장애교원 법정 고용률을 채우려면 6천명을 뽑아야 하지만, 현재 전국의 교육대와 사범대학에 재학 중인 장애인 학생은 고작 284명뿐이다.

이런 현실만 놓고 보면 시도교육청의 볼멘소리가 이유 있어 보인다.

교단에 서고 싶어 했거나 교사를 꿈꾸는 장애인들의 생각은 어떨까. 충북 모 대학에서 교직과정을 힘들게 이수했던 A(25·여·지체장애 2급)씨는 교직의 길을 포기하고 최근 전공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반 기업에 취업했다.

지난해 4월 교생실습 과정에서 겪었던 참담한 경험 이후 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접었다.

학교 현장은 자신이 그렸던 모습이 아니었다.

공공기관임에도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배려가 너무 부족했다.

A씨는 선천적으로 다리가 불편했다.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럽다 보니 동료 교생들보다 더 많은 시선을 받았다.

그녀는 “당시 지도 선생님께서 ‘교생 선생님은 몸이 불편하니 너희가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강조하더라”며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내가 ‘선생님’이 아닌 보호 받아야 할 ‘장애인’으로 비쳤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계단을 오르내리느라 진땀을 뺐다.

버스로 30분 정도의 거리의 먼 학교를 배정받은 탓에 평소보다 2∼3시간 일찍 일어나 준비해야 학교에 도착할 수 있었다.

교직에 입문하고서도 하루하루 암담한 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물만 쏟아졌다.

그녀는 “임용시험에 합격해도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할 일을 생각하니 끔찍해 시험을 포기했다”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과 배려가 이뤄지면 다시 도전해보겠지만, 지금은 마음을 정리했다”고 힘없이 말했다.

올해 11월 치러지는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B(25·지체장애 2급)씨도 비슷한 걱정을 했다.

시험에 합격해 교직에 입문했을 때 양 팔과 다리가 불편한 자신을 바라볼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의 시선 때문이다.

B씨는 “언론에서 시각장애인 교사를 다루는 장면을 봤는데 그건 잘 포장된 경우”라며 “학교 현장에서 장애인교사가 재활치료나 수업준비를 할 때 도움을 받지 못하고, 제약도 많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6월 현재 17개 시·도교육청의 국공립 초·중등학교 장애인 교원은 중증 461명, 경증 2천963명 등 3천885명이다.

장애인교사에 대한 학교 현장의 인식이 과거보다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아직도 현실적인 유리 벽이 많다는 게 장애인 교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학교 현장에서는 장애에 대한 몰이해로 마찰이 빚어지기도 한다.

지난해 초등학교 특수학급 교사로 근무하던 지체장애 2급 최모씨가 장애 재활치료를 위해 5∼6차례 병가를 냈다가 교원 성과 평과 항목에서 불이익을 받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법정 휴가를 사용하는 교원을 불성실하거나 근무태만자로 간주해 성과평가에서 불리한 대우를 내린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2011년에는 한 사립중학교가 뇌출혈로 신체장애를 얻은 교사에 대해 사립학교법제58조 1항의 ‘신체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1년 이상 직무를 감당하지 못할만한 지장이 있을 때’라는 규정을 근거로 복직을 불허하고 면직 처분했다.

오윤심 충북대 장애인지원센터 담당자는 “신체적으로는 불편하지만 아이들을가르칠만한 능력이 충분한 장애인 예비교사들이 많다"며 "현장에서 신체적 제약없이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교육당국에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진예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연구원은 “현직 장애인 교원의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동시에 좋은 선생님으로서 역할을 다 하고 있다는 좋은 사례를 발굴해 적극 전파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애인 고용법 개정안 제출로 장애인 교사 양성 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현안으로떠오른 가운데 장애인 교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개선과 함께 이들의 근무여건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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