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지난해 3월 주요 일간지 등에 실었던 노동개혁 광고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노동개혁 홍보전을 위해 54억원에 달하는 예비비를 타 쓴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들은 예비비의 목적이 사전에 예상하지 못한 긴급한 지출 수요가 발생했을 때 국회 심의없이 예외적으로 사용되는 것이라는 점을 들어 “타당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문위원들이 한정애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2015회계년도 고용노동부 소관 예비비 지출 승인 검토보고서’를 보면, 고용부는 지난해 3월, 8월, 12월 세차례에 걸쳐 노동개혁 홍보를 위한 ‘상생의 노사문화 구축’ 사업비로 53억8700만원을 예비비로 배정받았다. 예비비는 주로 언론매체 광고에 쓰여졌으며, ‘노동개혁은 우리 아들·딸의 일자리입니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12월4일, 정부부처 장관 합동 명의로 3개 신문에 낸 ‘폭력·불법시위에 대한 대국민 호소문’ 광고도 이 돈으로 집행됐다. 원래 ‘상생의 노사문화 구축’ 사업은 “노사협력적 관계가 정착될 수 있도록 홍보 및 포상을 통해 대국민 인식을 제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3차례에 걸친 예비비 요청 중 두 번은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개혁 필요성을 강조한 직후에 이뤄졌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8월6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경제 재도약을 위한 첫번째 과제로 노동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히자, 고용부는 나흘 뒤인 8월10일 예비비를 신청해 홍보전에 나섰다. 또 같은 해 12월7일에도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불러 노동5법 등 관심법안의 빠른 통과를 주문하자, 고용부는 12월11일 노동개혁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예비비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이 있었던 날과 시기적으로 우연히 일치할 뿐,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고용부의 이러한 예비비 사용에 대해 환노위 전문위원들은 ‘타당성이 낮다’고 봤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노동개혁은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정책으로 예산 편성 당시 예측할 수 없는 사안으로 보기 어렵고, 2015회계연도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3월부터 사용한 것으로 봐, 예비비 사용의 타당성이 크지 않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7월 정부가 추경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점을 들어 “8월에 사용 승인을 요구한 예비비는 추경예산에 편성할 수 있었던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한정애 의원은 “정부가 국회의 예산 심사를 피하기 위해 급하지도 않은 사업을 가지고 거액의 예비비를 사용했다”며 “정부가 노사정 논의에 충실하기보다 노동개혁을 위한 홍보에만 열을 올렸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