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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힘들고 지친 투쟁에 ‘샘물’ 같은 존재”…사회적 파업 연대기금 5년

등록 2016-07-21 16:01수정 2016-07-21 21:48

2011년 희망버스 이후 만들어져
생계 어려운 장기투쟁 노조 등에
시민들 십시일반 돈 모아 지원
“노동의 사회적 연대 이어나갈 것”
“목이 말라 죽기 직전에 먹은 샘물같은 돈이었어요.”

2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권옥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청주시노인병원 분회장이 울먹이며 한말이다. 지난해 6월 병원이 폐업되면서 조합원 66명이 해고된 뒤 노조는 1년 넘게 병원 정상화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천막농성 등 투쟁을 벌여왔다. 해고 3개월째 되던 지난해 9월말, 조합원 가운데 늦게 입사한 이들 6명이 실업급여가 끊겨 생계를 위협받게 됐다. 그때 ‘사회적 파업 연대기금’(이하 기금) 권영숙 대표(서울대 사회과학연구원 연구위원)의 전화를 받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지원금 500만원이 들어왔다. 다른 후원금 100만원을 보태, 실업급여가 끊긴 조합원들 6명에게 100만원을 나눠줬다. 권 분회장은 “받은 사람은 물론 다른 동료들도 너무 고맙고 기뻐 눈물을 흘렸다”며 “사람들이 노조하고 투쟁한다고 빨갱이라고 욕할 때, 전국에 있는 분들이 우리 싸움을 인정해주고 연대해 준 것이어서 돈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금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반대투쟁에 연대했던 희망버스가 한창일 즈음이었던 2011년 7월, 2차 희망버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던 권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처음 제안했다. “노동자들의 파업권은 ‘시민권’이다. 돈 때문에 투쟁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노동의 사회적 연대’ 차원에서 기금이 필요하다”는 것이 제안 취지였다. 이에 호응한 전국 각지의 시민들은 한달 1만~2만원씩 십시일반 돈을 모으기 시작했고, 5년이 지난 현재 고정적으로 후원하는 이가 870명에 달한다고 한다. 권 대표는 “다들 얼마 못 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상근자 한명 없이, 자원활동가들과 ‘연대자’(후원자) 덕분에 5년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기금이 지난 5년동안 지원한 곳은 모두 56곳에 달한다. 한진중공업 가족대책위를 비롯해, 정리해고 이후 트라우마와 생계난 등으로 20여명이 숨진 쌍용자동차 노동자들, ‘진짜 사장’을 상대로 투쟁을 벌이다 형사처벌로 ‘벌금 폭탄’을 맞은 티브로드, 씨엔앰 등 통신·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샘물’ 같은 지원을 받았다.

2014년과 지난해 겨울엔 거리에서 농성하는 이들을 위해 ‘침낭’을 전달하는 ‘침낭연대’를 하기도 했고, 연대자들이 작은 희망버스를 만들어 투쟁사업장을 방문하기도 했다. 권 대표는 “부채감이나 시혜에서 나오는 후원이 아니라 그들의 싸움이 전체 노동자들의 권리를 개선하는 우리의 싸움이라는 의식을 확산시키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가장 힘들고 덜 주목받는 현장을 지원하며 ‘사회적 파업에 사회적 연대’라는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7년전 쌍용차에서 해고된 뒤 기금의 지원을 받아 투쟁하다 지난 1월 공장으로 돌아간 복기성씨는 “길고 힘든 싸움을 하면서 기금의 연대는 돈 이상의 가치가 있었다”고 말했다.

기금은 오는 23일 오후 2시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에서 5주년 기념 후원행사를 한다. 후원 계좌: 국민은행 012501-04-230250(사회적파업연대기금), 자동이체 및 CMS신청: http://goo.gl/6inTF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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