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폐쇄’한 회사 용역투입 예정
지난해 폭력사태로 조합원 11명 중상
가족들 “폭력 막아달라” 눈물로 호소
노조 “노조파괴 위한 공격적 직장폐쇄
회사가 요구 받아들이면 언제든 복귀”
지난해 폭력사태로 조합원 11명 중상
가족들 “폭력 막아달라” 눈물로 호소
노조 “노조파괴 위한 공격적 직장폐쇄
회사가 요구 받아들이면 언제든 복귀”
“평범한 가정주부는 남편이 술 담배 하고 늦게 들어올까봐 걱정하잖아요. 그런데 우리는 남편이 용역깡패한테 맞아 죽을까봐 걱정하고 있어요. 이게 정상은 아니잖아요.”
전국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간부의 아내 이아무개씨는 2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하며 울먹였다. 지난해 회사가 채용한 특전사·경찰 출신 직원들이 휘두른 폭력으로 이 회사 금속노조 조합원 10여명은 두개골이 함몰되고 실명 위기에 처하는 등 중상을 입었다. 가족들에게는 당시의 상처가 고스란히 트라우마로 남았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 쪽이 26일 직장폐쇄를 단행한 데 이어 ‘시설물 보호 목적’으로 경비용역을 투입하겠다고 밝히면서 가족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과 가족들은 용역투입 전날부터 철야농성을 벌이기로 했다. 갑을오토텍의 경비용역을 맡은 업체는 29일 경비용역을 배치하겠다는 신청서를 냈으나 경찰의 중재로 내달 1일로 배치 계획을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 아산경찰서 관계자는 “29일은 너무 이르고 충돌에 대한 우려가 많아 배치 일자를 내달 1일로 하도록 갑을오토텍을 설득했다”며 “경비용역을 배치하더라도 폭력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까다롭게 승인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갑을오토텍은 직장폐쇄 이유에 대해 “노조의 장기간 파업으로 인해 생산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회사 쪽은 보도자료를 통해 “고객사가 이미 (납품업체) 이원화를 진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상황(파업)이 지속되면 회사의 존속마저 위태롭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노조 파괴를 목적으로 진행하는 공격적 직장폐쇄”라며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노조를 대리하는 김상은 변호사는 “지난해 회사가 노무법인에서 자문을 받은 노조파괴 시나리오(Q-P 플랜)에 언급된 직장폐쇄를 실행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미 회사는 하도급 등을 통해 불법적인 대체생산을 하고 있고, 원청인 현대차도 부품 수급에 차질이 없다고 밝히고 있어, 회사가 내세우는 ‘생산 재개’를 위한 직장폐쇄의 명분이 없다”고 밝혔다. 또 회사 쪽이 직장폐쇄 이후 “회사를 걱정하는 기능직 사원에겐 문을 열어놓겠다”고 밝힌 데 대해 이재헌 지회장은 “회사가 조합원 선별복귀를 통해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목적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해 6월 쟁의 신고와 중재를 거쳐 12월부터 합법적인 파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사업장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노조는 지난 1월 회사가 단체협약을 어기고 진행한 정문 경비 외주용역 철회와 특전사·경찰 출신 직원 채용 취소 노사 합의 이행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갑을오토텍 관련 소송에서 법원은 연달아 노조 쪽 손을 들어주고 있다. 지난 15일 노조 파괴 목적으로 특전사·경찰 출신 직원들을 채용한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법정구속된 박아무개 전 대표이사의 판결문에서 법원은 “회사 쪽이 합의를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판시했다. 회사가 “노조가 외주 용역업체의 출입을 막고 있는 행위가 업무방해”라고 주장하며 낸 가처분 신청에서도 법원은 “노사 간 단체협약으로 정한 바에 따라 외주경비를 배치할 때는 노사 합의를 해야 하므로 노조의 행위가 업무방해라 볼 수 없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박종국 부지회장은 “법원이 판결을 통해 인정했듯 우리의 요구는 지극히 정상적인데 회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버티고 있다”며 “회사가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언제든 파업을 멈추고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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