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충남 아산 갑을오토텍 공장 인근 경찰 저지선 앞에서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 가족들이 회사의 직장폐쇄를 규탄하는 문구를 적은 손팻말을 들고 있다. 아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낮기온이 섭씨 33도까지 치솟은 1일 오후, 충남 아산의 갑을오토텍 공장에는 무더위 속에 온종일 긴장감이 감돌았다. 오후 2시께 초록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20~30대 남성 150여명이 공장 정문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갑을오토텍과 계약을 맺은 ‘잡마스터’라는 경비업체 소속 직원들이었다.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 조합원 400여명은 지난달 26일 회사가 단행한 직장폐쇄가 “노조 파괴를 위한 불법적 직장폐쇄”라고 주장하며 공장 안에서 점거농성을 벌이고 있다. 경비업체 직원들과 조합원들은 정문을 사이에 두고 팽팽한 대치를 이어갔다.
정문을 사이에 둔 이들의 대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회사가 채용한 특전사·경찰 출신 신입사원들이 ‘제2노조’를 만든 뒤 금속노조 조합원 10여명을 폭행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금속노조는 파업에 돌입한 뒤 정문을 봉쇄했다. 이에 제2노조 조합원들이 공장 진입을 시도하면서 대규모 폭력사태가 일어난 바 있다. 한 조합원은 “제2노조에서 경비용역으로 사람만 바뀌었을 뿐, 회사가 노조를 파괴하려는 꿈을 버리지 않아 똑같은 상황이 또 벌어지게 생겼다”며 “진절머리가 난다”고 말했다.
경찰은 기동대 경력 800여명을 배치해 공장 바깥에서 갑을오토텍 직원이 아닌 이들의 출입을 통제했다. 경비원들이 관광버스 4대에 나눠 타고 모습을 드러내자 이들이 정문 앞까지 갈 수 있게 길을 터줬다. 아산서 경비교통과장은 정문 안쪽의 조합원들에게 “경비원의 진입을 막으면 업무방해로 처벌받을 수 있고, 폭력을 행사할 경우에도 처벌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비원들에게도 “노조원들에게 폭력을 행사할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경비용역은 정문 앞으로 나왔다가 철수하기를 반복했지만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진 않았다. 이재헌 지회장은 “회사는 경비용역을 배치해 폭력을 유도하는 것이지만 노조는 절대로 폭력을 행사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고, 경비용역 역시 공장 진입을 시도하지 않았다. 회사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그 어떠한 폭력이나 물리적 충돌도 절대 원하지 않는다”며 “폭력행위 발생 시 그 책임은 경비원 및 관리업체가 부담한다는 약속까지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공권력이 투입될 수도 있다. 경찰은 전날 공장의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면서 “직장폐쇄를 하고 있는 회사에 외부인이 출입하는 것은 건조물 침입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혀, 경찰 쪽이 이번 직장폐쇄를 합법적인 것으로 보고 있음을 내비친 바 있다. 경찰 관계자도 “상황에 따라 경찰력을 투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회사는 공권력 투입을 요청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물리적 충돌이 발생해야만 공권력을 투입할 수 있는 행정관청의 미온적 태도가 과연 법치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지 이해할 수 없다”며 “조속한 공권력 투입이 회사 생존을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길”이라고 말했다.
직장폐쇄 7일째인 1일 오전 충남 아산시 갑을오토텍 공장 철문이 자물쇠와 쇠사슬로 굳게 잠겨있다. 아산/김성광 기자
손찬희 노조 사무장은 “경비용역 배치가 공권력 투입을 위한 수순으로 보이는데, 직장폐쇄가 불법인 만큼 이에 따른 공권력 투입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그동안 회사가 불성실한 교섭 태도를 보여온데다, 노조가 전면적인 생산 중단을 하지 않고 법이 정한 테두리 안에서 쟁의행위를 지속해왔으며, 회사가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해 대체생산 대책을 마련해둬 노조의 쟁의행위로 인한 회사 쪽의 피해가 없다”며 직장폐쇄의 위법성을 주장해왔다.
이날과 전날, 농성 현장에는 아산이 지역구인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이정미 정의당 의원, 무소속 윤종오 의원이 다녀갔다. ‘아산시 산업현장 평화지킴이 시·도의원단’ 6명도 현장을 지켰다. 이들은 공장 정문에 “절대 폭력은 안됩니다”라는 걸개를 내걸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날 조사관 4명을 파견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폭력과 인권침해에 대한 감시활동을 벌였다.
갑을오토텍지회는 △지난해 8월의 경찰·특전사 출신 직원 채용 취소 합의 이행 △2008년 노사합의에 따라 정문 앞 경비 외주화 재논의 △파업 기간 중 대체인력 투입 금지 등을 주장하며 지난달 8일부터 점거농성을 벌여왔고 회사는 지난달 26일부터 직장폐쇄로 응수했다.
아산/박태우 최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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