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2015년 12월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5개 노동법 개정안의 처리를 촉구하고 있다. 왼쪽은 이인제 당시 새누리당 노동개혁특위 위원장.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이 취업지원을 받을 기회를 박탈하며 청년일자리 정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청년수당이란 서울시가 주당 30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저소득층 청년(19~29살) 3000명을 뽑아 월 50만원씩 최장 6개월간 지원하는 제도다. 보건복지부는 서울시가 청년수당 사업을 사전협의하지 않았다며 직권취소한 상태다.
이기권 장관은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오찬간담회를 열고 “모든 지자체장들이 (서울시 청년수당처럼) 현금을 주는 쪽으로 공약이 나오게 되면 청년일자리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은 소수지만 시범사업이 끝나면 (박원순) 서울시장이 말한 (지원 대상이 청년) 50만명이라고 알고 있다”고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예산이라는 국민의 세금을 쓰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서울시가 (정부의) 큰 공공취업지원 서비스 망에 들어와서 역할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가지면 답은 나온다”며 “우리만의 사업으로 한다는 사고는 버려야 한다”고 서울시 청년일자리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고용부가 운영 중인 ‘취업성공패키지'와 서울시 청년수당 사업이 중복돼 기회의 박탈이 생긴다”고 이 장관은 주장했다. 취업성공패키지란 청년을 포함한 저소득 취약계층이 취업활동계획서를 내면 △상담·경로설정(1단계) △직업능력·직장적응력 증진(2단계) △취업알선(3단계)을 단계적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월 40만원의 훈련수당이 최대 6개월간 지급된다. 지난해 18만명이 혜택을 받았고 이 가운데 4만2000명이 서울시 거주 청년이었다.
그러나 취업성공패키지와 청년수당의 지원 대상이 겹쳐 '이중 수혜'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취업성공패키지 신청자에게는 청년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8일 현재 38명이 취업성공패키지를 중단하고 청년수당을 선택했다. 이 장관은 “국가가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취업성공패키지와 일학습병행제는 평균이 1.7년, 장기훈련은 4년까지 이르는 지원서비스”라며 “한 사람에게 1년에 1000만원씩 비용이 들어가는데, 청년수당을 받기 위해 이를 취소한다면 진짜 큰 기회의 박탈”이라고 말했다.
고용부가 지자체의 일자리 관련 사업을 중앙정부와 협의하도록 강제한 법 개정과 관련해 이 장관은 “일자리 정책이 중복되지 않도록 지난해부터 추진하던 것”이라며 “고용부가 통제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일자리 사업을 신설·변경할 때 고용부와 협의하는 내용을 담은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을 지난 6월말부터 지난 1일까지 입법예고했다. 유사·중복 사업을 막아 예산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지만, 서울시, 경기도 등은 자치권 침해라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 장관은 “(청년일자리와 관련해) 중앙정부 예산이 15조8000억 원에 일자리 가짓수가 190여 개다. 자치단체에서 스스로 하는 일자리는 1900여개 된다”며 “일자리 중복이 안되게 ‘일모아 시스템’에 전부 등록하고, 중앙정부가 인턴을 하는데 예산이 부족해지면 자치단체가 하는 등 중앙정부와 자치단체간에 일자리사전협의제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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