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하철비정규직지부와 여성연맹 은성피에스디(PSD)지부가 1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지하철 안전업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전원 고용승계를 주장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5월 서울 지하철 구의역 안전문 수리 노동자 사망사고 이후, 서울시가 지하철 안전업무직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고용 승계하는 과정에서, 서울메트로 직원 가족 채용을 배제하겠다는 원칙을 세워놓고도 가족 일부는 합격시키고 일부는 탈락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노조는 “채용과정에 원칙이 없다”고 반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하철비정규직지부와 여성연맹 은성피에스디(PSD)지부는 19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채용과정에서 탈락한 비정규직 전원을 고용승계하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지난달부터 안전문 관리업무를 하던 은성피에스디와 전동차 경정비를 담당하던 프로종합관리, 역무지원·모터카 업무 민간위탁업체 직원 등에 대한 제한경쟁 채용을 진행했는데, 모두 13명이 지난 16일 최종 탈락했다. 안전문·경정비 탈락자 6명 가운데 5명이 메트로 가족이라는 이유로 면접과정에서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면접과정에서 가족관계를 확인했고, 특채로 들어온 메트로 가족의 경우 이중특혜 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 채용에서 배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는 기자회견문에서 “연좌제에 해당하는 것 뿐만 아니라 가족관계를 임의로 조사했다는 것을 서울시가 실토한 셈”이라며 “끼니를 거르고 죽음에 내몰리며 월 140만원을 받은 것이 무슨 특혜인가”라고 반문했다.
더군다나 특채에 메트로 가족이어도 합격한 사람이 있어 논란이 인다. 노조와 서울시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정비 분야에서는 지난 1월1일부로 입사한 메트로 직원 가족 3명 가운데 2명은 탈락하고 1명은 합격했다. 안전문 분야에서도 메트로 가족에 특채로 입사했는데도 지난 5월 구의역에서 숨진 김군과 같은 ‘고졸 군미필 청년 노동자’라는 이유로 1명이 합격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청년실업 문제 때문에 청년고용을 진작하자는 취지에서 합격시켰다”고 말했다.
특히 메트로와 서울시가 ‘메트로 가족 채용 배제’ 원칙을 사전에 알리지 않아, 메트로 직원 가족들은 제한 경쟁채용이 아닌 일반 채용에도 응시할 기회를 잃은 셈이 됐다. 조성애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국장은 “은성피에스디에서 경력이 짧아 기간제 채용에도 탈락한 메트로 직원 가족도 일반채용에서 합격했다”며 “이보다 훨씬 경력도 긴 이들은 일반채용에도 응시할 기회도 잃고 졸지에 해고된 셈”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또 특채·공채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주장도 폈다. 유성권 서울지하철비정규직지부 지부장은 “전적자가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그자리를 채우는 방식으로 공채랄 것도 없이 알음알음으로 사람을 구해 채용했다”며 “채용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면 노조가 먼저 문제제기를 하는게 정상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메트로 가족채용을 배제하는 것이 방침이었지만, 면접기준을 응시자들에게 사전에 알리는 것은 적절치 않았다”며 “탈락한 분들은 안타까운 마음이겠지만 이중특혜라는 부담을 서울시가 떠안을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글·사진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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