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발생 정도 따라 보험료 깎아주는
개별실적 요율제 혜택 대기업 집중
작년 할인 1조4천억…할증은 411억 불과
개별실적 요율제 혜택 대기업 집중
작년 할인 1조4천억…할증은 411억 불과
지난해 삼성그룹이 할인받은 산재 보험료가 1009억원에 이르는 등 30대 그룹 소속 계열사 사업장이 지난해 할인받은 보험료가 4981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재해 발생 정도에 따라 보험률을 할인·할증하는 제도 때문으로, 산재 은폐의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개별실적요율제적용 산재 보험료 감면현황’을 보면, 30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가운데 삼성이 지난해 1009억원의 산재 보험료를 감면받아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현대자동차가 785억원, 에스케이가 379억7000만원, 엘지가 379억1000만원을 할인받았다. 올해만 하청노동자 6명, 원청노동자 3명이 산재 사고로 사망한 현대중공업도 228억원을 감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산재보험 개별실적 요율제는 최근 3년 동안 개별사업장이 낸 산재 보험료와 산재보험 기금에서 지출된 산재보험 급여 액수의 비율에 따라 최대 50%까지 산재 보험료를 할인·할증하는 제도다. 기업의 산재예방을 독려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산재보험 할증을 우려한 기업들이 사고가 발생해도 산재 처리를 꺼려 산재 은폐의 한 원인으로 꼽혀 왔다.
지난해 8만971곳 사업장 가운데 감면을 받은 사업장은 모두 7만2756곳으로 1조4447억여원의 보험료를 할인받았지만, 보험료가 할증된 곳은 7174곳 411억여원에 그쳤다. 올해 산재 보험료 수입이 6조5668억원으로 추산되고, 개별실적요율제를 적용받는 사업장이 전체의 5%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할인액 비중이 매우 큰 편이다. 2003년 2980억원이었던 할인액은 12년 만에 5배 넘게 늘어났다. 또, 1000인 이상 사업장 569곳이 할인받은 금액이 4505억여원으로 전체 할인액의 31%에 달하는 등 대기업에 할인 혜택이 집중되는 모습도 보였다.
강병원 의원은 “산재 은폐와 ‘위험의 외주화’의 한 요인이 되는 개별실적요율제의 할인 폭을 기업규모에 관계없이 보험료 대비 최대 20% 이하로 줄여 전체 보험료율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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