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 관련 한국 방문 보고서’ 채택
정부엔 “유해물질 정보 접근성 보장해야”
삼성전자엔 “보상절차 투명성·참여 높여야”
옥시엔 “사과하고 재발방지 노력 입증해야”
정부엔 “유해물질 정보 접근성 보장해야”
삼성전자엔 “보상절차 투명성·참여 높여야”
옥시엔 “사과하고 재발방지 노력 입증해야”
유엔 인권이사회가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과 옥시 가습기살균제 참사 문제 등과 관련해 한국 정부에 “유해물질의 잠재적인 영향에 대해 기업이 인권 실사 의무를 이행하는지 감시하고 법적으로 강제하라”고 권고했다.
지난 15일 유엔 인권이사회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정기회의에서 ‘유해물질 및 폐기물 처리 관련 유엔 인권 특별보고관의 한국 방문 보고서’를 공식 채택했다. 바스쿠트 툰작 특별보고관은 지난해 10월 한국을 공식 방문해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옥시 가습기 살균제 참사, 화학물질 누출 사고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인 뒤 권고사항을 포함해 보고서를 작성했다.
특별보고관은 일반적인 유해물질 관리와 관련해 “유해물질 정보를 이용·접근 가능하도록 보장하고, 이 정보가 만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쓰이도록 하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자 책임”이라며 “안전보건 정보가 절대 기밀이 되지 않도록 보장하는 노력을 배가하고, 이를 위해 현행 법률을 확실히 집행하고 필요하다면 법률을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과 관련해서는 “산재보험 체계와는 별도로, 피해를 구제받아야 할 노동자·피해자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해야 할 일차적인 책임 주체인 정부가 수행한 대책의 수준이 놀랄 만큼 낮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또 “산재보상 청구인에게 부과된 과도한 입증책임 때문에 보상을 받기 어려워지는 점을 우려한다”고 강조했다. 또 “삼성전자는 생산공정에 유해물질이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면서도 이를 정당화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별보고관은 또 삼성의 반도체 직업병 보상절차와 관련해 “(삼성이 진행하고 있는) 보상절차가 조정위원회 권고안에 부합하는지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며, 이 우려와 관련해 투명성과 참여를 높여갈 것을 모든 당사자에게 독려한다”고 밝혔다. 앞서 삼성전자는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보상절차를 진행하라는 조정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지난해 7월부터 독자적인 보상절차를 진행해 지난 5월 현재 110여명의 전직 노동자들에 대한 보상을 진행한 상태다. 그는 “삼성전자 내부의 변화와 전직 노동자들의 피해구제를 위한 실천이 있었음을 인정한다”면서도 “이번 사건에서 얻는 교훈을 공유하고 독성 화학물질에 대한 주의를 비롯해 기업 운영과 인권의 교차지점에서 선도하는 기업이 되도록 국내 및 해외의 인권기구들과 협력을 지속하라”고 권고했다.
옥시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특별보고관은 참사의 원인으로 “유해물질 정보에 대한 접근 권한을 보장하지 못하는 법의 허점”을 꼽고 “정부나 관련 기업들이 재발방지를 위한 충분한 조처를 했다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법인인) 옥시레킷벤키저와 (옥시의 영국 본사) 레킷벤키저에 “모든 피해자가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중요한 장소에 영구적인 기념물을 세우며,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입증하라”고 권고했다.
특히 특별보고관은 이날 회의 도중 이번 보고서를 인용한 일부 한국 언론의 보도내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일부 언론들은 보고서와 관련해 “삼성전자가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했다는 점을 유엔 인권이사회가 높게 평가한다”는 취지로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특별보고관은 “지난주 한국 언론들이 잘못 전달한 내용이 있어 이 기회에 특별히 한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며 “삼성전자나 대한민국 정부 어느 쪽도 노동환경이 안전함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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