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장관 “모든 방안 강구 조기해결”
발동 땐 30일간 파업 금지
노사조정 실패땐 중노위가 결정
과거 긴급조정권 전례 4차례뿐
금속노조 “구시대적 수단” 반발
발동 땐 30일간 파업 금지
노사조정 실패땐 중노위가 결정
과거 긴급조정권 전례 4차례뿐
금속노조 “구시대적 수단” 반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파업을 벌이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사교섭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긴급조정권 발동은 역사상 네 번밖에 없었던 일로 실제 발동되면, 성과연봉제 도입 등을 둘러싸고 얼어붙은 노-정관계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장관은 28일 오후 고용부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공정인사 평가모델 발표회’에서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의 파업에 대해 “노조의 이기적 행태로 죄 없는 수많은 협력업체 노동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조속한 시일 내에 현대차 노사 간에 자율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파업이 지속된다면 경제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법과 제도에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 파업이 조기에 마무리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모든 방안’에 긴급조정권 발동이 포함되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포함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긴급조정권은 공익 또는 대규모 사업장에서 파업이 발생해 국민 경제를 해치거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할 경우, 고용부 장관의 결정으로 발동할 수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30일간 파업 등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노사 당사자 간 조정을 벌인다. 조정이 실패하면 중노위 위원장이 중재재정(당사자 간 의견을 들어서 중노위가 결정을 내리는 것)을 내릴 수 있는데 이는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1969년 대한조선공사, 1993년 현대차, 2005년 아시아나·대한항공 조종사 노조 파업 등 모두 4번이다.
금속노조는 발언이 전해진 직후 논평을 내어 “긴급조정권은 자율적 노사관계에 정부가 개입해 노조의 파업을 무력화시키고 노사관계를 파탄으로 만드는 구시대적인 악법 중의 악법”이라며 “긴급조정권을 발동한다면 금속노조를 향한 파업 무력화와 노조 말살정책으로 간주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부터 이날까지 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72일간 22차례의 파업을 벌였다. 회사 쪽은 “파업으로 12만1167대, 2조7천여억원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8월 말 기본급 5만8000원 인상, 성과급 통상임금의 350%와 330만원 추가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임단협 안을 잠정 합의했으나,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돼 재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지난 27일 회사 쪽은 기본급 7만원 인상 등을 교섭안으로 제시했지만 결렬됐고, 이날 열린 교섭에서 추가제시안을 내지 않았다. 현대차 지부는 기본급 15만원 인상과 당기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편, 성과연봉제 반대를 내건 공공부문의 파업은 이날도 계속됐다. 근로복지공단 산재병원과 보훈병원 등이 소속된 보건의료노조와 철도·지하철 등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등 1만여명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파업 집회를 열었다. 고용부는 이날 파업에 공공부문 노동자 2만4천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했다. 앞서 고용부가 불법파업이라고 규정한 철도노조 파업과 관련해, 철도공사 쪽은 전날 100명에 이어 이날 노조 간부 16명을 추가로 직위 해제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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