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합헌 의견 냈던 안 재판관 태도 바꿔
“산재 위험 국가 책임 강화해야” 헌법불합치 의견
국회 내년 말까지 관련 법조항 개정해야
“산재 위험 국가 책임 강화해야” 헌법불합치 의견
국회 내년 말까지 관련 법조항 개정해야
헌법재판소가 도보·대중교통·자가용으로 출퇴근하다 난 사고는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는 산업재해보험보상법(산재보험법) 조항에 대해 기존의 합헌 결정을 뒤집은 것은 사회적 기본권 보장의 필요성을 더욱 무겁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관련 법 조항 개정을 결정한 만큼 국회의 조속한 논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출퇴근 사고와 업무관련성, 입법을 통한 해결책 등을 둘러싼 헌법불합치와 합헌 의견은 종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수의견은 “근로자의 출퇴근 행위는 업무의 전 단계로 업무와 밀접·불가분의 관계에 있고 사실상 사업주가 정한 출퇴근 시각 및 근무지에 귀속된다”며 “국제노동기구도 출퇴근 재해를 산업재해에 포함하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이유로 다수의견은 회사가 제공한 교통수단을 이용했다 사고가 난 노동자만 산재로 인정하는 것은 그렇지 못한 노동자를 차별하는 것으로 평등원칙에 반한다고 봤다.
이에 대해 김창종·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반대의견에서 “사업주의 지배관리가 미치지 않고 업무 그 자체로도 볼 수 없는 통상의 출퇴근 중 발생한 재해를 업무상 재해의 범위에서 제외한 것은 당연하다”며 관련 법 조항에 위헌적인 요소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 이들은 또 “국가가 산재보험의 재정상황, 사업주와 근로자의 사회적 합의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과거 합헌 의견을 냈던 안창호 재판관이 기존 태도를 바꾼 것이 주효했다. 안 재판관은 사회적 기본권 보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헌법불합치로 의견을 냈다. 안 재판관은 “현대산업사회에서 산업재해는 산업사회에 내재하는 구조적 위험의 발현으로서 근로자와 가족의 생존에 관한 문제가 되기도 해 이들에 대한 사회보장의 기능이 오늘날 더욱 강조되고 있다”며 “근로자의 출퇴근 재해 위험에 대해서는 국가와 사용자의 강화된 책임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총장인 강문대 변호사는 “출퇴근 재해의 산재 인정을 둘러싸고 재판 과정에 다툼이 많았다. 늦었지만 이번 헌재 결정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혜택을 입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헌재가 ‘2017년 12월31일까지 개선 입법을 해야 한다’고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상 출퇴근 사고의 산재 인정 문제는 국회로 넘어갔다. 과거에도 여러 차례 출퇴근 사고를 산재로 인정하는 산재보험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되곤 했다. 20대 국회에서는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 등이 비정규직법 규제 완화 등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편’ 패키지 법안 중 하나로 산재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여야 모두 출퇴근 사고를 산재로 인정하는 법 개정 방향은 동의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비정규직법과의 동시 처리를 고집해 난항을 겪고 있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국장은 “헌재 결정 취지가 형평성에 있는 만큼 새누리당의 안대로 자동차 사고에 대해 유예기간을 두거나 과실 여부를 따져서는 안 된다”며 “사회적 보장 기능을 강조한 만큼 특수고용형태 노동자의 산재 가입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경 박태우 기자 salma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