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형수 의원·공공비정규직노조
취업성공패키지 상담원 설문조사
92%가 언어폭력, 53%가 성희롱 경험
많을 땐 1인당 200명씩 취약계층 상담
“과도한 인원배정에 서비스 취지 퇴색”
취업성공패키지 상담원 설문조사
92%가 언어폭력, 53%가 성희롱 경험
많을 땐 1인당 200명씩 취약계층 상담
“과도한 인원배정에 서비스 취지 퇴색”
저소득층·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취업을 돕는 취업성공패키지(취성패) 상담사들이 과도한 업무와 언어폭력 등에 노출돼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상담사 한명이 연간 평균 182명의 구직자 상담을 맡는 등 열악한 노동조건 때문에 ‘1대1 맞춤형 서비스’라는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서형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공공비정규직노동조합 고용노동부지부가 취성패 1유형 상담사(무기계약직) 653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업무상 어려운 점으로 ‘임금 등 처우’에 대한 불만이 50.5%로 가장 많았고, 이어 ‘과도한 업무량’을 꼽은 사람이 25.7%로 두번째였다. 민원인과의 관계(14%), 공무원과의 차별(10%)이 뒤따랐다. 취성패 1유형은 원래 민간위탁기관에서 맡다가 지난해부터 고용센터로 이관돼, 저소득층 취업상담·교육훈련·구직알선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 고용부의 참가 목표인원은 14만5000명, 내년엔 13만명이다. 취성패 상담사의 상당수는 여성으로, 이번 설문조사 응답자의 93%가 여성이었다.
고용부 자료를 보면, 취성패 1유형을 담당하는 고용센터 상담사들이 맡는 1인당 내담자가 연간 182명에 달한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일부 상담사의 경우 담당인원이 200~300명, 1인당 하루 방문상담만 많게는 수십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 9월부터 ‘근로빈곤층 취업 우선지원 사업’으로 근로능력이 있는 조건부 기초생활수급급여 수급자를 고용센터에 우선 의뢰해 70% 이상을 취성패에 참가시키도록 함으로써, 취업에 이르지 못하지만 수급자격을 유지하기 위한 저소득층 참가인원이 급증한 이유 탓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기준으로 253명을 맡았다는 한 상담사는 “상담 뿐만 아니라 청년수당·각종 수당처리 등 행정업무 때문에 화장실 갈 시간도 없다”고 말했다. 다른 상담사도 “이미 9월에 담당인원이 220명이어서 내담자 이름조차 외우기 어렵다”며 “취업이 안돼 불안해하고 화난 상태인 사람들이 주로 오기 때문에, 상담이 겁이 난다”고 밝혔다. 단순 업무과중을 넘어 응답자의 92%가 언어폭력을, 53%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하는 등 과도한 감정노동에 노출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사들은 상담과정에서의 업무방해와 협박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고, “(내가) 상담하러 갈 때 원피스를 입고 와라” 등을 비롯한 성적인 문자메시지를 상담사에게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한다. 한 내담자로부터 성적인 내용과 협박성 내용이 담긴 이메일을 1049통을 받은 적이 있다는 상담사는 “정신질환이나 범죄이력을 확인할 수 없는 상태에서 상담을 하고 있다. 패키지 상담 중단사유서 안내문에는 욕설·폭언·협박·성적인 언행 등이 중단 사유가 된다는 직접적 명시가 없다”며 “상담사에 대한 보호조처가 전혀 없이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밝혔다.
상담사들은 함께 고용센터에서 일하지만, 공무원과 차별적인 대우를 받으며 실적압박을 받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한 상담사는 “취성패를 핵심사업이라고 말할 것이라면 몸집만 키울 것이 아니라, (상담업무에) 공무원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며 “실적성과 보상은 공무원들이 챙겨가면서 성과지표에 따른 책임은 상담사에게 돌아간다”고 꼬집었다.
서형수 의원은 “정부가 쏟아내는 과도한 물량으로 인해 고용센터 상담원들이 맞춤형 상담을 하기는커녕 배당된 인원을 소화하기도 힘들다고 호소하고 있다”며 “지나치게 많은 참가자 배정으로 인해 ‘1대1 맞춤형 사업’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 직업상담원 150명을 충원했지만 인프라가 못받쳐주는 것은 사실”이라며 “실태조사 결과를 참고해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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