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이 파업에 참가중인 철도노조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일부. 철도노조 제공
21일째를 맞은 철도노조의 파업이 오는 19일이면 철도노조 사상 최장기간 파업 기록을 경신하는 가운데, 코레일이 파업 참가 조합원에게 철도노조 위원장의 국회 국정감사 출석을 비꼬는 문자를 보냈다가 국회의원이 반발하고 나서는 등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코레일은 또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앞에서 피켓시위를 했다는 이유로 노조간부 4명을 직위해제 하기도 했다.
17일 철도노조가 공개한 코레일이 지난 15~16일 파업 참가 조합원들에게 보내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문자메시지·글을 보면,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의 국회 국정감사 증인·참고인 출석을 비꼬는 내용이 담겨있다. 각각 다른 역 소속 조합원들이 동일한 내용의 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보아, 본사 차원에서 해당 메시지를 각 지역 사업소로 보낸 뒤 이를 지역 사업소가 조합원들에게 전송한 것으로 보인다.
이 문자는 “환노위·국토위 출격 잘 하셨나요? 생각만큼 얻어서 곧 해결될 거 같나요?”라고 운을 뗀 뒤 “여당과 야당에 포진한 노동계 출신 국회의원들이 있고, 노동계의 말에 귀 기울여주는 야당대표들도 있고 하니 그렇게 판단했을 만도 합니다. (중략) (성과연봉제를) 유보해놓고 뽀대나는 사회적 합의기구 만들어서 질질 끌어주길 희망하셨겠죠?”라고 적었다. 야 3당이 국회를 중심으로 한 성과연봉제 관련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자고 제안한 사실을 비꼬는 내용이다. 이어 “국감장에서 야당이 질문을 하는 것을 보니 노조가 얼마나 야당에 공을 많이 들였는지 보이데요. 또박 또박 논리있게 당당하게 말하는 것 잘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 뿐이었습니다”라며 “여야가 합의안을 만들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길이 보이나요? (중략) 이제 같이 돌아갑시다”라고 적혀있다.
이에 대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노사현안에 대해 국감 때 질의한 것을 조롱하고, 정당한 파업 참가 중인 조합원들을 상대로 회유한 것은 국회와 헌법을 무시한 것”이라며 “코레일은 누구의 지시로 이러한 문자를 살포했는지 해명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13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이 고양고속철도기지에 방문했을 당시 성과연봉제 반대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있었던 노조 서울지역본부 간부 4명이 직위해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코레일은 이들의 행동을 ‘업무방해 및 위계문란’이라고 봤다. 직위해제된 이들 가운데 1명은 노조 간부이지만 필수유지 인력인 탓에 파업에 참가하지 않았는데도 직위해제자에 포함됐다. 남기명 철도노조 교육선전실장은 “시대가 바뀌었는데도 코레일이 구시대적 사고방식으로 ‘높은 사람’에게 거슬리는 행동을 했다고 경영권을 남용해 징계를 남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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