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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너에겐 노조가 필요해” 만화로 들려준 당찬 20대

등록 2016-10-25 19:04수정 2016-10-25 21:40

노동조합 이야기 펴낸 20대 작가 김유미·반지수씨
마트서 공장까지 12곳 조합원 만나
노조 만들어 삶 바꾼 이야기 담아
“급식 파업에 학생들이 외려 응원…
그 이야기 듣고 그리며 울컥”

<너에겐 노조가 필요해> 가운데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의 파업을 다룬 만화의 한 장면. 사회운동출판사 제공
<너에겐 노조가 필요해> 가운데 학교 급식실 노동자들의 파업을 다룬 만화의 한 장면. 사회운동출판사 제공
한국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2014년 기준 10.3%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선진국에선 노동조합이 회사 경영이나 정부의 정책 결정에 공식적으로 참여하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노조는 ‘떼쓰기 집단’ ‘귀족노조’ 등의 오명이 따라붙기도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노조를 만들어 직장과 삶을 바꾼 이야기를 담은 책 <너에겐 노조가 필요해>가 최근 출간됐다. 마트 노동자부터 대공장 정규직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12곳 노조 조합원의 이야기가 글과 만화로 실렸다. 책을 펴낸 ‘사회진보연대’ 활동가 김유미(29·글)씨와 그림을 통한 사회운동을 꿈꾸는 반지수(25·만화)씨를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미디어카페 후’에서 만났다.

김씨는 “노조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넘쳐나더라도, 노조가 내 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우리 회사에도 노조가 있었으면…’이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라며 “노조 조직률이 10% 언저리에 머물러 있는 상황에서 누가 노조를 하고, 어떻게 하면 노조가 ‘우리 모두의 것’이 될 수 있는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글보다는 만화가 쉽게 읽히겠다”는 생각에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하며 그림 공부를 하고 있던 반씨에게 그림을 부탁했다.

책에 담긴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언론에 비치는 노조의 ‘과격함’이나 ‘강인함’보다는 ‘친근함’과 ‘평범함’으로 다가온다. 웹툰과 드라마 <송곳>으로 주목받은 마트 노동자들이 노조 출범 이후 그동안 못 받아온 연장수당을 받게 된 일이나, 백화점에 다니는 화장품회사 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 명절 연휴 기간 중 휴무일 보장이나 육아휴직을 얻어낼 수 있었던 이야기는 법에 정해진 권리조차 누리지 못했던 노동자들이 노조를 통해 권리를 실현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용역업체가 바뀔 때마다 고용불안에 시달렸던 인천공항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을 통해 고용승계를 이뤄냈던 이야기도 노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특히 저자는 ‘노조는 빨갱이나 하는 것’ ‘노조에 가입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갈등했던 노동자들의 심리도 그려내고 있는데, 이 역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본적 권리가 침해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김씨는 금속노조 두원정공지회의 인터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했다. 두원정공지회는 대공장 정규직 노조지만 계열사 비정규직의 노조 가입을 위해 활동해왔고 그 이야기가 책에 담겼다. 김씨는 “정규직 노조가 이기적이고 철밥통이라고 공격하지만, 이들도 다른 노동자들과 연대하고 싸워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며 “노조의 이러한 활동을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글을 쓰고 만화를 그리기 위해 인터뷰를 하는 순간은 작가들에게도 힘이 됐다. 반씨는 “학교 급식노동자가 ‘자신의 아들과 학생들이 파업을 응원해줬고, 학생들에게도 추억이자 교육이 됐을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은 그림을 그리면서도 울컥한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도 “글을 쓰는 과정은 노동조합 활동으로 경제적인 ‘부’가 아닌 ‘자존감’을 찾은 이들이 내 주변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며 “이 책이 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에 한걸음 다가가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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