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파업중인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군 파업 대체인력 철수를 주장하며 집회를 열고 있다. 철도노조 제공
철도파업의 장기화로 군 대체인력의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의 파업 대체인력 파견의 법적 근거가 없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국방부는 철도파업을 ‘사회재난’ 또는 ‘재난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상황’으로 인식해 관련법에 따라 대체인력을 파견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국토교통부는 물론 재난 관련 주무부처인 국민안전처마저도 이번 파업이 “사회재난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1일 국방부에 따르면, 국방부는 철도파업에 따른 군 대체인력 466명을 코레일에 파견하고 있다. 기관사 147명과 차장 300명, 통제관 19명으로 특전사를 포함해 육·해·공군을 망라한다. 파견된 군인 기관사에겐 일 20만원, 전철 차장은 15만원의 수당이 월급과 별도로 코레일에서 지급된다. 파업에 따른 대체인력 파견은 코레일이 지난달 9일 국토교통부에, 국토부는 열흘 뒤 국방부에 대체인력 파견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내 이뤄졌다.
국방부가 대체인력 파견의 법적 근거로 들고 있는 것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으로, 이 법 39조(동원명령)에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국민안전처 장관)은 재난이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면, 재난관리책임기관장에게 응급조치를 위해 장비·인력의 동원에 관한 조처를 하도록 하고, 부족할 경우 국방부 장관에 대한 군부대의 지원 요청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방부 논리대로라면 철도파업이 ‘재난’에 해당하고 그에 따라 대체인력을 ‘동원’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재난 관련 주무부처인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철도파업은 재난에 해당하지 않으며, 이와 관련해 국방부에 동원명령을 한 적이 없다”며 “국민안전처가 철도파업에 따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같은 법 15조의2(중앙 및 지역사고수습본부)에 따라 “국토부가 철도파업에 따라 운영하는 비상수송대책본부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지만, 국토부 비상안전기획관실 관계자는 “화물연대 파업은 ‘재난’에 해당하지만, 관련 매뉴얼 상 철도파업은 재난에 해당하지 않고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결국 국방부가 군 병력 466명을 파견하며 들고 있는 법적 근거가 틀린 셈이 된다.
이에 관해 철도노조는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방부가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헌법이 보장한 파업권을 박탈하고 있다”며 “군인은 병영으로 돌아가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노동조합법의 필수공익 사업장으로 분류돼 이미 파업권을 제한받고 있는데, 정부가 군인까지 대체인력으로 투입해 헌법상 기본권인 파업권을 더욱 무력화시키고 있다”며 “법적 근거도 없고, 승객 안전도 위협하는 군 대체인력 투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철도노조는 국방부에 대체인력 파견 중단을 요구하는 서한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2009년 기재부 장관 주재로 ‘위기관리 대책회의’를 통해 군인력 대체기관사 양성을 하도록 하고 비용도 정부예산으로 투입해 진행해왔다”며 “국방부의 판단에 따라 대민지원을 목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니만큼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군 파견 대체인력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지하철 1호선 종로3가역에서 군 대체인력이 운행하던 전동차가 역에서 멈춰선 뒤 1시간 반 동안 운행이 지연됐고, 지난 22일엔 분당선 왕십리역에서 군 대체인력이 운행하던 전동차가 멈춰서 1시간 반 동안 승객들이 열차에 갇혀있다가 선로를 통해 대피하기도 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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