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반도체공장 배관작업 중 사고 ‘중태’
노조 “산소측정기 등 필수 안전장비 지급 안해”
사쪽, 119에 신고도 않고 자체차량으로 병원 옮겨
노조 “산소측정기 등 필수 안전장비 지급 안해”
사쪽, 119에 신고도 않고 자체차량으로 병원 옮겨
삼성전자가 발주하고 삼성엔지니어링이 시공하는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에서 하청노동자가 작업 중 질식해 중태에 빠지는 산업재해가 발생했다. 노조 쪽은 관련 작업에 필요한 안전장비를 지급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2일 민주노총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충남지부와 삼성엔지니어링의 설명을 종합하면,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건설 현장 유티(UT)동 5층 현장에서 일하던 하청업체인 ㅎ회사 소속 건설노동자 조아무개(46)씨가 지난달 29일 오후 4시20분께 지름 70cm짜리 배관 안에서 작업을 하다 질식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중태다. 조씨는 심정지 상태에서 뇌가 손상됐고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다.
배관공인 조씨는 용접작업 뒤 배관 안에 있던 스펀지를 빼내기 위해 배관 안에 들어갔으나, 배관 속에 아르곤 가스가 남아 있어 질식한 것으로 보인다. 조씨가 배관 안에서 거칠게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동료 노동자 권아무개씨가 조씨를 꺼내기 위해 배관 안에 들어갔으나 권씨도 질식해 의식을 잃었다. 다른 노동자들이 권씨와 조씨를 차례로 꺼낸 뒤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권씨는 의식을 되찾았지만, 조씨는 의식이 돌아오지 못했다.
플랜트노조 관계자는 “밀폐공간에서 작업하기 위해선 사전에 허가가 있어야 하고 휴대용 산소측정기 등 안전장비를 지급하고 일을 해야 하지만 당시엔 사전 허가도 없고 장비도 지급되지 않았다”며 “안전에 대한 아무런 조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사고”라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작업이 이뤄져선 안될 상황에서 작업이 이뤄진 경위 등에 대해서 경찰과 고용노동부에서 조사를 하고 있는 만큼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사고 이후 119신고도 하지 않았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자체 안전팀을 출동시켜 사고 발생 8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응급조처를 한 뒤, 자체 차량을 이용해 병원으로 옮겼다. 노조 관계자는 “병원 쪽 문서를 확인해보니 ‘일반 승합차’를 이용해 병원에 도착한 것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삼성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외관은 일반 승합차지만, 내부는 이동 산소호흡기가 비치돼있는 구급차여서 응급구조사와 간호사가 필요한 조처를 하며 이동했다”며 “119 신고가 원칙이지만 자체 차량이 더 빠를 것이라 판단해 자체 차량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산재 발생시 119 신고는 법적 의무는 아니다. 하지만 노동계에선 “회사가 산재은폐를 위해 신고를 꺼리면서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많고, 자체 구급대가 있다고 해도 소방서 응급구조대 처치가 더 낫다”며 산재 발생시 119 신고 의무화를 주장해왔다.
조씨는 원래 충남 석유화학 단지에서 일하다, 지난달 21일부터 삼성반도체 공사현장에서 일을 시작한 지 8일 만에 사고를 당했다. 조씨는 사고 발생 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 수요일부터 밤 10시까지 야근. 토·일도 변함 없이 야근 한단다. 디데이(D-Day)가 얼마 남지 않아 계속 야근이다. 너무 피곤해 토요일은 주간만 하고 일요일은 쉰다고 했다”며 “5시반에 현장 앞 식당 도착. 조식 먹고 밤 10시에 퇴근하면 잠자는 시간은 5시간 정도”라고 적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최근 완공을 3개월 앞당기기 위해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노동자들의 노동강도 역시 높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이 단체협약 체결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살인적인 노동강도로 노동자들을 부리고 있다”며 “현장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과 고용노동부는 사고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평택지청 관계자는 “사고가 현재까지는 법이 정한 ‘중대재해’는 아니지만 중대재해에 준해 사고를 조사하고, 보건안전 관련 제반 조처들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조사·감독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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