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아시아태평양 총회에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참석자들이 박근혜 대통령·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퇴진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석방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한국노총 제공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제16차 아시아·태평양 총회에서 양대노총 참석자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복역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석방을 위한 투쟁에 연대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기조연설을 하던 중에 바로 옆자리에 앉아 “박근혜 퇴진”이라 적힌 피켓을 들기도 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7일 오후 국제노동기구 아시아·태평양 총회에 참석해 국제 노동계 인사들에게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지난해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석방을 위한 투쟁에 연대해달라고 호소했다고 이날 밝혔다.
한국의 노조 대표로 연설을 맡은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금 한국 사회는 현직 대통령과 그 측근의 부패와 타락·도덕적 해이·뿌리 깊은 정경유착으로 총체적 위기에 처해 있으며, 한국 국민과 노동자는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하여 총궐기 투쟁에 돌입했다”며 “이러한 투쟁은 국제노동기구의 핵심가치인 보편적 인권과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양질의 노동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이 될 것”이라며 연대를 호소했다. 또 “한국이 국제노동기구에 가입한 지 25주년이 됐음에도 한국 정부와 사용자는 노동조합을 진정한 파트너가 아닌 통제와 탄압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노동개악에 맞서 투쟁했던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에게 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하고, 평화적 시위에 참가한 선량한 시민에게 물대포를 발사해 사망에 이르게 하는 폭거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반면, 정부 쪽 대표인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한국은 기업의 투자를 유인하고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도록 노동시장 구조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임금체계를 성과·직무급 형태로 개편하고 공공부문이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중소기업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취약 근로자 보호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대상별 특성에 맞는 고용서비스 정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장관이 연설할 때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참석자들은 ‘박근혜 퇴진’ ‘한상균 석방’이라고 적힌 한글과 영문 손 피켓을 들어 이 장관 발언에 대한 항의의 뜻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이 장관 발언에 대해 성명을 내어 “양대노총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총파업을 통해 불법 성과연봉제 폐기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장관의 발언은 국민의 분노를 무시한 뻔뻔하고 몰염치한 망발”이며 “국제 노동계는 물론 국민에게 버림받은 노동개악을 치적으로 둔갑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근혜 정권의 반 노동정책 강행 이면에는 재벌 자본의 청부와 뇌물수수가 있었다”며 “노동개악은 청산대상이고 이 장관이 퇴진 대상의 앞자리에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가이 라이더 국제노동기구 사무총장은 김 위원장과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을 면담한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에 관한 한국 상황에 관해 물은 뒤 “한상균 위원장의 석방을 기대하고 있고, 법원의 항소심 선고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처를 할 것”이라며 “25년째 비준을 미루고 있는 한국 정부의 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과 노동기본권 개선을 기대하고 있으며, 정부의 일방적인 임금체계 개편과 단체교섭 개입 등 한국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국제노동기구도 역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고 양대노총은 전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7일 오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국제노동기구(ILO) 아시아태평양 총회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연설을 하고 있는 도중,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 퇴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이 대회장에 중계된 대형 스크린에 비치고 있다. 민주노총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