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현장서 9일만에 2명 숨져
“공사기간 단축 탓 하루 4시간 자며 일해”
노동자 1만5천명 넘지만 작업환경 열악
“화장실 20~30분 줄서고 자갈밭서 쉬어”
“공사기간 단축 탓 하루 4시간 자며 일해”
노동자 1만5천명 넘지만 작업환경 열악
“화장실 20~30분 줄서고 자갈밭서 쉬어”
“관리자들은 항상 ‘안전하게 빨리 일하라’고 말하지만, 하루 4시간 자면서 ‘노가다’를 안전하게 할 수 있나요?” 최근 9일만에 산업재해로 2명이 숨져 뒤숭숭한 분위기인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의 말이다. 현장 노동자들은 “공사기간 단축을 위한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근무환경이 잇달은 사고의 원인”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9일 삼성엔지니어링이 시공하는 공사현장에서 조아무개(46)씨가 배관 안에서 작업을 하다 질식사고를 당한 뒤 8일간 투병하다 지난 7일 숨졌다. 지난 8일엔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같은 공장 공사현장에서 69m높이에서 철골에 내화피복 작업을 하던 강아무개(44)씨가 지상으로 추락해 숨졌다.
발주처인 삼성전자는 애초 내년초로 예정된 공사를 올해 안으로 마쳐달라고 공사를 맡은 삼성물산과 삼성엔지니어링에 요청한 상태다. 공기가 빠듯하다 보니, 현장에선 새벽 5시에 출근해 밤 10시에 퇴근하는 일이 잦고, 주말에도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고 현장 노동자들은 전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ㄱ씨는 <한겨레>에 보낸 전자우편에서 “최근 현장 작업자들 대부분이 아침 5시에 출근하고 연장·야간근로에 주말에도 작업을 해야 해 모두 피곤한 상태다. 항상 상황 판단이 안 되고 멍한 상태로 작업한다”며 “회사 쪽은 오늘(9일) 오전 조회시간에 (8일 추락사고가) 작업자들이 기본과 원칙을 안 지켜서 사고가 났다고 말하던데, 그럼 삼성물산은 잘못이 없다는 말이냐”고 말했다. ㄴ씨도 “관리자들은 항상 ‘안전하게 일하면서도 공기는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공기를 맞추려면 빨리 할 수밖에 없는데 그러면 안전하게 작업할 수가 없다. 또 하루 4시간도 못자는데 어떻게 안전이 지켜지겠나”라고 말했다.
ㄷ씨도 지난 8일밤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원청에서 공기를 맞추지 못하면 기성(공사대금)을 안준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작업자들이 주말에 하루를 쉬고 싶어도 불이익을 당할까봐 말도 제대로 못꺼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질식사고 뒤 뇌손상을 당해 8일간 투병하다 숨진 조씨도 생전에 자신의 페이스북에 “수요일부터 밤 10시까지 야근. 토일도 변함없이 야근 한단다. 디데이가 얼마 남지 않아 계속 야근이다…너무 피곤해 토요일은 주간만 하고 퇴근. 일요일은 쉰다고 했다”고 남기기도 했다. 무리한 공사기간도 문제지만, 노동자들이 쉴 수 있는 편의시설도 태부족이다. 이 공사 현장에는 1만500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플랜트건설노동조합이 공개한 현장 내부 사진을 보면,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 1980년대 조선소 현장을 방불케 한다. 화장실이 부족해, 화장실 벽에는 “3분 이상 적발시 XX”이라는 말이 적혀있기도 하다. ㄹ씨는 “점심을 먹으러 식당까지 가는 데 걸어서 30분이 걸리고, 밥을 먹으려면 20분, 화장실도 기본 20~30분을 기다려야 한다”며 “마땅히 쉴 곳도 없어서 자갈밭에서 누워서 쉰다. 건설현장이 원래 열악하긴 하지만 특히 심하다. 삼성은 이렇게 일을 많이 시키면서도, 작업자를 위한 공간은 충분히 마련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쪽은 “휴게공간을 추가로 조성 중이며, 현장 작업자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협력업체 노동자가 법정근로시간을 준수하도록 협력업체를 통해 지속적인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와 고용부 평택지청은 현장에 대한 근로감독 계획을 잡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삼성엔지니어링은 회사 쪽에 안전대책 수립과 휴게시설 보강 등에 대해 보고를 하기로 했고, 삼성물산에 대해서도 경고를 내릴 것”이라며 “장시간 노동문제도 평택지청에서 집중적으로 근로감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건설현장에서 작업중인 노동자들이 휴게공간 부족으로 잔디밭 비탈길에 누워 잠을 자고 있다. 플랜트건설노조 제공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건설현장에서 작업중인 노동자들이 휴게공간 부족으로 자갈밭 위에서 컨테이너 건물에 기대 휴식을 취하고 있다. 플랜트건설노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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