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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사고 나면 부인 옆에 다른 남자 잔다”…현대건설 황당 안전표어

등록 2016-12-23 12:44수정 2016-12-23 22:11

대구 황금동 힐스테이트 아파트 공사현장
건설노조 “여성 비하, 노동자 비하하는 표현”
대구 황금동 현대 힐스테이트 아파트 공사 현장에 설치됐던 입간판. 건설노조 제공
대구 황금동 현대 힐스테이트 아파트 공사 현장에 설치됐던 입간판. 건설노조 제공

‘공사 관계자 여러분! 작업장에서의 안전수칙을 지킵시다. 일단 사고가 나면 당신의 부인 옆에 다른 남자가 자고 있고, 그놈이 아이들을 두드려 패며 당신의 사고보상금을 써 없애는 꼴을 보게 될 것입니다.’

현대건설 대구 황금동 힐스테이트 아파트 공사현장에 설치됐던 2m 남짓 크기의 입간판에 적힌 안전표어다. 문구 바로 밑에는 ‘현대건설’ 로고가 선명하게 박혀 있다.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인 데다 산업재해 책임을 노동자에게 지우는 듯한 인식을 깔고 있어, 노동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전국건설노동조합 대구경북건설지부는 23일 <한겨레>에 “현장에서 근무하던 조합원이 이틀 전에 발견한 뒤 노조에 알려왔다”며 “건설노동자의 가정을 욕보이는 내용인 데다 안전 촉구는커녕 노동자 비하 내용을 담고 있어 현장 노동자들이 크게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해당 입간판은 한 지역 언론의 취재과정에서 철거된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어 “건설노동자의 노동으로 아파트를 지어 팔면서 망발을 쏟아낸 현대건설은 당장 사과하라”고 밝혔다. 노조는 성명에서 “해당 문구는 여성을 남성에 종속된 것으로 여기며 산재 보상금을 써서 없애는 존재로 묘사해, 재벌 대기업의 천박한 젠더 인식을 드러냈다”며 “사용자가 산업안전을 준수해 사고를 예방하는 데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가 나면 죽는 것은 노동자이며 그 책임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노동자에게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고 주장했다.

현대건설은 2005~2014년 동안 작업 현장에서 110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숨져 지난해 노동·시민단체들이 ‘2015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2007년과 2012년에도 ‘최악의 살인기업’ 꼽혔다. 박혜영 노동건강연대 활동가는 “한국에서 가장 위험한 기업으로 손꼽히는 기업의 안전관리의 수준이 상상 이하”라며 “지켜보는 것조차 부끄럽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현장 안전표어들이 천편일률적이어서 사내 안전관리자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문구를 만들어 작성한 것”이라며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바로 철거했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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