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가운데, 건물 밖에서 ‘반올림’ 회원들이 삼성을 비판하는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삼성전자 반도체공장과 디스플레이 공장 등에서 근무했던 백혈병·뇌종양 사망 노동자 유족과 유방암·난소암·림프종을 앓고 있는 전직 노동자들이 노동건강권 관련 시민단체인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반올림)의 도움을 받아 집단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 유족급여와 요양급여를 신청했다. 반올림이 대리한 집단 산재신청으로는 2008년 이후 12번째다. 반올림은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지난해 41살의 나이로 급성백혈병으로 숨진 김아무개씨를 비롯한 사망자 2명과 환자 3명에 대한 산재신청을 근로복지공단에 했다고 27일 밝혔다. 김씨는 1994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삼성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해 2라인과 3라인의 오퍼레이터(생산직)로 일했다. 김씨는 지난해 2월 퇴사 뒤 넉달만에 급성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한달도 안된 지난해 7월 숨졌다. 앞서 백혈병으로 숨져 산재 인정을 받은 황유미씨와 이숙영씨를 포함하면, 기흥공장 3라인에서 백혈병 사망자가 확인된 것만 3명에 이르는 셈이다. 앞서 숨진 2명은 법원에서 “벤젠, 포름알데히드, 전리방사선 등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발암물질에 노출되었고, 야간노동을 수반하는 교대근무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이유로 산업재해로 인정을 받은 바 있다.
삼성전자 엘시디(LCD)사업부 엔지니어로 입사해 천안·아산공장과 중국 소주공장에서 일하다 2013년 뇌종양 판단을 받은 뒤 투병하다 47살의 지난해 숨진 김아무개씨와 삼성에스디아이 천안공장 피디피(PDP)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지난해 악성림프종이 발병한 신아무개(35)씨도 함께 산재신청을 했다.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퇴사 후 10년만에 유방암이 발병한 김아무개(36)씨와 삼성전자 구미·수원공장에서 일하다 난소암이 발병한 위아무개(51)씨도 신청자 명단에 포함됐다.
‘반올림’을 통해 산재를 신청한 이들은 현재까지 모두 84명으로 이 가운데 13명이 법원이나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승인을 받았고, 46명은 공단의 심사나 법원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