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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법원, 기업은행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 기각

등록 2016-12-27 17:34

“가처분 받아들일 만큼 노동자 손해 크지 않다”
다른 공공기관 30여곳 재판에도 영향 미칠 듯
법원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 지부가 중소기업은행을 상대로 낸, 성과연봉제 도입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고 회사 쪽의 손을 들어줬다.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한 노사 갈등 국면에서 노조가 낸 가처분 신청 가운데 첫번째 법원의 판단이어서 향후 다른 공공기관의 가처분 결정에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1부(재판장 김용대)는 기업은행 노동자들과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가 중소기업은행을 상대로 낸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고 27일 밝혔다. 기업은행은 지난 5월23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의 지침에 따라 3~4급 직원들에게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이사회 결의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바 있다. 노조는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을 위반한 채 노조의 동의없이 취업규칙을 변경한 이사회 결의가 무효라는 본안소송을 내고, 뒤이어 본안소송 판결 전까지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낸 바 있다.

재판부는 근로기준법과 노사 단체협약에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 노조와 합의를 거쳐야 하고, 노조와 합의 없이 변경됐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른 노동자들의 금전적 손해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만큼 크지 않다고 봤다. 결정문을 보면, 재판부는 “성과연봉제 규정을 개정하면서 노조와 사전에 합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는 성과연봉제 규정 개정이 무효라고 볼 수 없다”며 “성과연봉제 규정 개정 때문에 실제로 임금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노동자들에게 현저한 손해나 급박한 위험이 초래되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저성과자로 평가된 노동자들의 경우에는 임금액이나 임금 상승률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회사가 불이익하게 성과연봉제 규정을 변경했다고 볼 여지는 있다”면서도 “회사가 전면적으로 성과연봉제 확대시행을 거부할 경우 (정부의 성과연봉제 거부시 임금인상 동결 정책 탓에) 노동자들에게 금전적 불이익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어, 현 단계에서는 개정 성과연봉제 규정에 따라 노동자들의 임금이 어느 정도나 감소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노동자들이 입게 되는 손해는 최하등급을 받아도 기본연봉의 4%에 불과하고, 추후 본안소송을 거쳐 개정 성과연봉제 규정이 무효로 확인될 경우, 회사는 도입하지 않았을 경우 지급해야 할 임금과의 차액을 정산해 지급할 여력이 있다”며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직원들의 생계에 중대한 지장이 초래되는 등 금전배상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나 급박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노동자들이 입을 경제적 손실이 현실화되는 시점이 성과연봉제 시행 수개월 내지 1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들어 “회사가 개정 성과연봉제 규정에 관해 노조의 동의를 얻거나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여지도 있다”며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일체의 자율적인 합의 가능성을 법원이 봉쇄하는 결과가 된다”고 밝혔다. 같은 재판부는 금융노조 주택도시보증공사지부가 회사를 상대로 낸 가처분 소송도 비슷한 논리로 기각 결정했다.

법원의 이같은 판단에는 지난 14일 금융위원회가 가처분 소송이 진행 중인 기업은행·산업은행 등에 “성과연봉제에 따른 성과평가는 2017년부터 시행하고, 보수지급은 2018년부터 하라”고 지시한 공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보수지급이 늦어질수록 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통해 보전해야 할 권리의 중요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가처분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다른 공공기관 회사 쪽에서도 ‘노동자들의 ‘실질적 손해’가 발생하는 시점이 가처분 결정을 인용할 만큼 이르지 않다’는 논리로 변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과연봉제 관련 가처분을 낸 노조는 30여곳에 이른다.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는 성명을 내어 “가처분 소송 기각을 노린 금융위의 ‘꼼수’에 법원이 회사 쪽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며 “성과연봉제에 따른 평가 자체만으로도 보수뿐만 아니라 직원들에게는 인사·교육·승진 등의 손실 발생 우려가 있는데 법원이 이를 외면했다”고 밝혔다.

김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장도 “성과연봉제는 임금의 결정방법뿐 아니라 노동과정 자체를 변경하게 되는 것인데,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는 시점을 기준으로 판단해서는 안된다”며 “자율적 합의가 이뤄지지 못해 노조가 파업투쟁을 벌이고, 법률적 판단을 구하고 있는데도 비현실적이고 추상적인 자율적 합의 가능성을 근거로 법원이 책임을 방기했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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