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대전 한국철도공사 본사 앞에서 김영훈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조합원들이 파업 참가 간부에 대한 징계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철도노조 제공
한국철도공사가 정부의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지난해 9월부터 74일간 파업을 벌인 전국철도노동조합 간부 255명에 대한 징계절차에 착수했다. 파업의 합법성 여부를 두고 철도공사와 노조가 각각 ‘불법’과 ‘합법’ 주장으로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공사 징계사유에 “파업 기간에 ‘박근혜 정부 퇴진’을 주장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갈등이 커지는 모양새다.
철도공사는 9일 오전 대전 철도공사 본사에서 지역본부에서 중징계 요구된 김영훈 철도노조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간부 17명의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한겨레>가 입수한 노조 지역 간부의 징계의결 요구서를 보면, 징계사유로, 불법파업을 강행해 직장을 이탈하고, 국민불편 초래와 부정적 언론보도에 따른 공사의 명예·위신 손상, 1056억원에 달하는 공사의 재산상 손해 초래 등을 들었다.
공사 쪽은 노조가 취업규칙 변경이 쟁의행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해 징계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노조 쪽에선 노동위원회의 조정을 마친 뒤 파업에 돌입했고, 성과연봉제 도입이 단체교섭 대상이라는 점을 들어 파업이 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대전지법은 철도노조가 낸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성과연봉제가 단체교섭의 대상임을 인정한 바 있다.
공사는 또 징계사유로 노조의 ‘정치적 색채’도 거론했다. 징계사유서에는 “노-정 협상 또는 정치적(사회적) 합의 기구를 제안하는 등 정부·정치권과의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주장했다” “파업이 장기화할수록 ‘박근혜 정부 퇴진’ 등 정치적 색채를 두드러지게 보였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우지연 공공운수노조법률원 변호사는 “성과연봉제 효력정지 가처분이 인용되면서 합법파업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커지자, 공사가 ‘정치파업’으로 몰고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임금체계는 사용자에게 처분권이 있는 사항이므로 성과연봉제 파업이 정치파업이 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정한 철도노조 정책실장도 “철도노조는 단 한 번도 박 대통령 퇴진을 파업 목적으로 삼은 적도 없고, 노조가 박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며 “굉장히 억지스러운 징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철도공사 관계자는 “해당 내용이 징계의결 요구서에 들어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해당 내용으로 징계를 할지 여부는 징계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판단할 사항”이라고 밝혔다.
파업 초기 철도공사는 노조 간부들을 무더기 직위해제 한 뒤 조합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직위해제 후 우리끼리 봐주는 식으로 되돌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직위해제를 당하면 직장 떠날 수도 있다는 선례를 만들겠다. 행정소송을 준비하라”고 공지한 바 있어, 향후 법정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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