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파괴’ 6년 만에 이뤄진
유시영 회장 실형선고에 환호성
검찰 ‘봐주기’ 기소로 처벌 지연
노조, 회사쪽 차별에 고통 호소
작년엔 징계 앞둔 조합원 자살
노조 “회사, 진정성 있는 사과해야”
금속노조를 약화·와해시킬 목적으로 회사에 우호적인 제2노조를 설립하도록 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가운데 흰머리에 안경 쓴 이)이 17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는 모습을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금속노조 유성지회 제공
“유시영 피고인, 피고인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돼 법정구속 하겠습니다.”
17일 오전 충남 천안 신부동 대전지법 천안지원 1호법정. 30분째 판결문을 읽어내려 가던 판사가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자, 긴장감이 감돌던 법정에서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가득메운 법정 안팎에 있던 금속노조 유성기업 조합원 200여명은 선고가 끝난 뒤 유 회장이 호송차에 올라가는 순간을 지켜봤다. 유성아산지회의 한 여성 조합원은 “그동안 우리가 틀렸다고만 말했는데 드디어 저들(회사 경영진)이 틀렸다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 부품납품업체인 유성기업 사건은 ‘노조파괴’의 대명사처럼 기록된 사건이다. 이날 판결문을 보면, 유성기업은 2011년 7월 복수노조 시행을 앞두고 ‘주간연속 2교대제’를 요구해왔던 금속노조 유성영동·유성아산지회를 와해시키기 위해,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자문에 따라 회사 주도로 회사에 우호적인 제2노조를 설립하고 이를 지원하기로 했다. 2011년 5월18일 회사는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 직장폐쇄를 단행했고, 공장 안에 있던 노조 조합원을 끌어내기 위해 경비용역을 동원해 다수의 부상자를 냈다. 2011년 7월 노조는 공장 복귀 의사를 밝혔으나, 회사는 한달 넘게 직장폐쇄를 유지하면서 복귀를 막았다. 그 사이 회사는 제2노조를 설립하게 한 뒤, 제2노조 조합원과 금속노조 조합원을 차별하기 시작했다. 복귀 뒤 27명이 해고됐다.
이듬해 9월 국회에서 창조컨설팅의 자문 문건이 공개되면서, 노조는 유성기업을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고소했으나 검찰은 2013년 12월, 창조컨설팅과 관련된 ‘노조파괴’ 혐의를 제외하고 극히 일부 혐의만으로 유 회장 등을 ‘봐주기’ 기소하는 데 그쳤다. 노조는 대전고법에 재정신청을 냈고, 이듬해 12월 법원이 검찰에 공소제기 명령하면서 ‘노조 파괴’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재판이 열리게 됐다. 노조가 낸 제2노조 무효 소송에서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법은 “제2노조가 회사의 주도하에 설립돼 무효”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노조파괴’를 주도한 경영진에 대한 형사적 처벌은 계속 미뤄져오다, 노조가 고소한 대부분의 범죄사실이 이날 판결에서야 유죄로 인정된 것이다.
6년의 시간 동안 조합원들의 몸과 마음은 망가졌다. 지금도 18명의 해고자가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 있는 300여명의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제2노조원과 회사 관리자들과 부딪히며 무려 1300건의 고소·고발을 당하고 징계위원회에 불려가야 했다. 금속노조 조합원 가운데 우울증 등 정신질환으로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를 인정받은 이들만 7명에 달한다. 지난해 3월17일 한광호 조합원은 회사의 징계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재판이 끝난 뒤 구치소로 향하는 유 회장의 뒷모습을 보면서 “우리 (한)광호 살려내라”고 오열했던 홍완규 조합원은 “그동안 회사의 탄압 때문에 이렇게까지해서 살아야 하냐고 묻는 조합원들을 보면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아직까지 장례도 못치르고 있는 광호 영정에 술 한잔 올려야 겠다”고 말했다. 이날 헤진 상복을 입고 울먹이던 김성민 유성영동지회장은 “30분 동안 판사가 읽어내린 판결문은 우리의 6년 동안의 고통이었다”며 “노조파괴 공작이 있기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를 위해선 회사가 죽은 한광호 열사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자 처벌, 단체협약을 회복할 수 있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박태우 기자 eho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