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점 영업사원들이 만든 자동차판매연대노조
20일 금속노조 중앙위원회에서 가입 결정 유보
규약상 가입 승인에 문제 없지만
현대기아차 정규직 조합원 반대 부딪혀
판매연대 “9개월 기다렸는데 참담”
20일 금속노조 중앙위원회에서 가입 결정 유보
규약상 가입 승인에 문제 없지만
현대기아차 정규직 조합원 반대 부딪혀
판매연대 “9개월 기다렸는데 참담”
고성이 오갔다. 몸싸움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지난 20일 저녁 서울 정동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금속노조 중앙위원회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산차 판매대리점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영업사원(특수고용 노동자들)이 만든 전국자동차판매노동자연대 노동조합(판매연대)의 금속노조 가입을 승인할지를 논의했다. 이날 중앙위원회는 결국 판매연대의 가입 승인 결정을 유보했다.
판매연대는 지난해 5월 조직형태를 독립노조에서 금속노조 산하 지회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쪽과 제대로 싸우기 위해서는 금속노조 가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강령 등에 위배됨이 없으면 조합원 가입승인을 위원장 ‘전결’로 한 달 이내에 하도록 하고 있다. 판매연대는 금속노조 규약상 가입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금속노조에 속해 있는 현대차·기아차 정규직 노조(금속노조 현대차·기아차지부)의 반대로 9개월 동안 승인이 미뤄졌다.(<한겨레> 17일치 12면) 현대·기아차 노조 판매직 조합원 50여명은 이날 회의장에서 피켓을 들고 회의를 참관했다. 이들은 자동차 영업시장에서 대리점 영업사원들과 경쟁관계에 있다. 이날 회의에서 현대차 소속 한 중앙위원은 “그동안 정규직 노조는 회사 쪽에 대리점의 할인판매 등 불법영업에 대한 규제와 대리점 폐쇄를 요구해왔다”며 “만약 판매연대를 가입시킨다면 금속노조는 누구 편을 들겠냐. 대의만 갖고 가입시켜선 안 된다”며 격하게 말했다. 김상구 금속노조 위원장이 “아홉달 동안 가입승인을 기다리는 판매연대 동지들을 그냥 두고 볼 것이냐”고 말하자, 한 현대차 노조 조합원은 “우리는 30년을 싸워왔는데 당신이 뭔데”라고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일부 흥분한 현대차 조합원은 회의 중간 휴식시간에 김 위원장 등과 언쟁을 벌이다 몸싸움이 빚어질 뻔하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서 금속노조 비정규직지회 소속 중앙위원은 “금속노조가 가입을 스스로 막는다면 판매연대 조합원들은 기댈 곳이 없다”며 “가입은 열어놓고 이후 절차는 집행부 책임하에 진행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의견은 제대로 토론조차 되지 않았다.
이런 현대·기아차 노조의 태도는 에스케이(SK) 매직서비스(옛 동양매직) 노조와 대비된다. 정규직 가전제품 수리노동자가 소속된 에스케이 매직서비스 노조는 지난해 10월 특수고용직 신분이었던 가전제품 수리기사들을 별도 지부로 편성해 조합원으로 받아들였다. 노조 관계자는 “정규직 입장에서는 기득권을 포기해야 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합원의 동의를 구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며 “하지만 노동자들끼리 파이를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파이를 더 키울 수 있도록 함께 싸우는 것이 옳고, 노동자들이 함께 하는 것이 함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해 가입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는 앞으로 금속노조 집행부와 현대차지부 판매위원회, 기아차지부 판매지회, 판매연대가 참가하는 회의체를 구성해 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김선영 판매연대 위원장은 “우리도 자격미달 대리점을 폐쇄해야 한다는 정규직 노조의 입장에 동의하지만, 우리는 대리점주가 아니라 노동자”라며 “9개월을 기다렸는데 더 기다리라고 하니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금속노조 관계자는 “산별노조인 금속노조가 ‘선별’노조 오명을 자초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