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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인권위 “ATM 현금수송 기사도 노동자…휴일·휴가 보장을”

등록 2017-02-24 17:09수정 2017-02-24 22:08

지입차주가 관리회사·원청회사 상대로 진정
인권위 “사용자 종속성 높아 노동자성 인정”

연차휴가·퇴직금·수당 보장 등 권고
원청에도 “차별 시정할 책임 있다” 판단
‘특수고용 노동권’ 민간 권고는 처음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특수고용 노동자인 지입차주 운전자의 노동자성을 인정해, 이들의 원청회사 등을 상대로 “노동자로 인정하지 않아 발생한 차별을 개선하라”고 24일 권고했다. 인권위가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노동권과 관련해 민간 기업에 권고 결정을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015년 현금수송 차량 지입차주(본인 차량을 이용해 노무 제공)인 이아무개씨 등은 “사실상 노동자인데도 연차휴가·퇴직금·수당 등을 제공하지 않아 부당하게 차별 당했다”며 현금인출기(ATM) 아웃소싱 업체 ㄱ사와 ㄱ사로부터 현금 수송차량 운행업무를 도급받아 이씨 등 지입차주와 계약을 맺은 ㄴ사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ㄴ사에 “향후 지입차주들과의 계약 때 계약 내용에 ‘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한 사실상 해고 금지’ ‘휴일·휴가 보장’ ‘노동3권 보장’을 포함할 것”을, ㄱ사에게는 “ㄴ사가 지입차주들과 이같은 계약을 체결하고 이행할 수 있도록 협조할 것”을 각각 권고했다고 이날 밝혔다.

현금인출기에 돈을 채워넣고 관리하는 업무는 얼핏 간단해보이지만 복잡한 도급·고용관계가 얽혀있다. 결정문을 보면, ㄱ사는 현금인출기를 만드는 대기업 ㅎ사의 자회사로, 현금인출기 유지보수와 현금호송경비 업무 등을 담당한다. ㄱ사는 현금 수송업무만 따로 떼어내 ㄴ사와 위탁계약을 맺었고, ㄴ사는 지입차주들과 지입계약을 맺었다. 지입차주들은 ㄱ사의 지시에 따라 현금 수송을 맡지만, 법적으로는 개인사업자에 해당한다.

인권위가 지입차주들을 노동자로 본 이유는 이렇다. 지입차주들은 통상 매일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근무했고, 퇴근 땐 ㄱ사 소장에게 허락을 받은 뒤 퇴근해야 했다. 또 업무 지휘·감독은 ㄱ사가 했고, 차량 운전 때도 ㄱ사의 정규직 직원 2명이 동승했다. 보수는 근속 기간에 따라 지급됐고, 한 달에 한번 일요일에도 반드시 일해야 했다. 반면 지입차주들이 이를 거부할 방법은 없었다. 지입차주들은 휴가를 사용할 수 없어 아프거나 상을 당하는 등 개인 사정으로 쉬고 싶을 땐 ㄴ사의 대리기사를 요청해 일당·교통비·숙박비를 대야 했다.

인권위는 “ㄴ사와 지입차주들 간의 인적·경제적 종속성이 인정되고, 보수의 성격도 일의 완성(운송의 양과 질)에 대한 대가라기보다는 노동의 대가성이 인정된다는 점을 종합해볼 때, 지입차주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성을 인정할 수 있다”며 “ㄴ사는 지입차주들이 겪는 차별 취급을 개선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ㄴ사의 원청인 ㄱ사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다고 하더라도 사용자의 지위를 동시에 갖고 있으며, 적어도 지입차주들이 당하는 차별에 대해 책임을 부담할 지위에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2007년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 노동자) 보호방안’에 대한 의견 표명에서 국회에 “일반 노동자와 동일한 노동법적 보호가 이뤄질 수 있도록 특수고용 노동자의 개념 및 판단기준을 법률로 명시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입법 작업은 10년째 미뤄지고 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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