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노총이 지난해 8월24일 일본 단바 망간 광산에 건립한 ‘강제징용 노동자상’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이 추진해왔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상’의 서울 용산역 광장 건립이 국토교통부의 반대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국토부는 양대노총에 “국가부지라 부적절하다” “한일관계 때문에 외교부에서 반대 뜻을 밝혔다”며 거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24일 국토교통부가 양대노총에 보낸 공문을 보면, 국토부는 양대노총이 서울 용산역 광장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건립하는데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역 광장을 포함한 철도부지는 국유재산법에 따른 행정재산으로, 영구시설물을 축조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역 광장에 설치가 곤란하다”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또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실무자 선에서 외교부에 설치 가능 여부를 물었으나, 외교부가 한일관계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양대노총은 최소 70만명에 달하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조선인들을 기억하고자 서울과 평양에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을 추진했고 삼일절인 3월1일 용산역 광장에서 서울 제막식을 개최하려 했다. 당초 양대노총은 서울시에 노동자상을 기부하는 것을 조건으로 서울 서대문 독립공원에 건립하려고 했으나, 용산역이 일제가 강제 동원된 조선인들을 집결시켰던 자리라는 상징성을 고려해 용산역으로 건립장소를 바꿔 추진해왔다.
양대노총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국토부와 외교부를 강력히 비판했다. 양대노총은 “외교공관도 아닌 용산역 광장이 부적절하다는 말은 국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역사를 책임지지 않겠다는 말과 무엇이 다르냐”며 “이는 한·일 관계를 위해 치욕스러운 역사를 모두 덮겠다는 말과 같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소녀상과 노동자상을 세우고 지키는 것이 국가와 민족의 주권을 바로 세우는 일이라는 것을 확신한다”며 “국가 주권을 포기한 채 일본 정부의 요구대로 끌려다니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즉각 해임하라”고 촉구했다.
국유재산에 노동자상과 같은 영구시설물 축조가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국유재산법은 기부를 조건으로 할 경우 영구시설물 축조가 가능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동자상을 기부받는 방안을 검토했는지를 묻는 <한겨레>의 질문에 “전국에 있는 국유재산에 비슷한 영구시설물을 기부하겠다고 요청이 들어온다고 모두 다 받아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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