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 ○○점. 부평동 ○○○번지 ○○:○○까지 배달. 요기요건. 빠른 배달요청. 매장에서 고객정보 재확인해주세요.”
지난해 12월 눈발이 날리던 어느날 오후 3시께였다. 인천의 ㅈ배달대행업체 배달원 조은(가명·17)군의 150시시(cc) 오토바이에 달린 스마트폰에 배달대행업체에서 깔아준 애플리케이션(앱) 알림이 떴다. 조군은 앱을 통해 주문이 들어온 음식점 위치를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배달에 나서야 한다. 주문이 접수된 이후부터 배달까지 30분 안에 마쳐야 하는 탓이다. 그 안에 배달하지 못하면 음식값을 배달원이 물어야 한다. 이날도 조급한 마음에 오토바이의 가속레버를 확 당기던 조군은 눈으로 뒤덮힌 과속방지턱 위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왼쪽 무릎에 한뼘 남짓 살점이 떨어져 한달 동안 병원신세를 져야 했지만 배달대행업체 사장은 아무런 조처를 해주지 않았다. 매달 40만원씩 내고 빌리는 오토바이 수리비도 온전히 조군의 몫이었다.
고용노동부는 조군과 같은 배달대행업체의 특수고용노동자들도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시를 바꾸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최근 배달대행업체들은 배달주문앱 활성화와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배달원 직접 고용을 꺼리는 음식점들로 인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배달대행업체들은 일부 ‘직영’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는 것을 제외하곤, 대부분 배달원과 근로계약을 맺는 대신 배달 건수별로 3천원 남짓 수수료를 지급하는 ‘특수고용’ 형태로 계약을 맺는다. 이에 배달원들은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특수고용노동자)로 간주돼,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배달 중 사고가 발생해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면서, 고용부가 뒤늦게 배달대행업도 특수고용노동자 산재가입 특례 업종에 포함시키기로 한 것이다.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이 배달대행업체 배달원 241명을 대상으로 노동조건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41.1%가 ‘본인의 치료가 필요한 교통사고’를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치료비를 ‘상대방이 부담했다’(자동차보험처리 등)고 응답한 경우가 49.1%로 가장 많았지만, 본인이 처리한 경우도 19.1%에 달했고 업체가 처리해줬다는 응답은 20%에 그쳤다.
지난 2월 인천시 인천터미널 근처에서 배달대행업체에 근무했던 청소년들이 오토바이를 탄 채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이번 고시 개정에도 불구하고, 배달원들의 산재사고가 100% 보상 처리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배달대행업체 배달원과 같은 특수고용 노동자인 퀵서비스업의 경우 산재보험 미가입률이 지난해 7월 기준 48.7%에 이른다. 근로기준법상 ‘노동자’인 경우 사용자는 의무적으로 산재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 전부를 사용자가 부담하지만, 특수고용노동자는 노동자가 보험료 절반을 부담해야 하는데다 노동자 스스로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할 경우 의무 가입에서 비켜날 수 있게 되는 탓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고용노동부가 이들의 ‘노동자성’을 적극적으로 판단해 ‘특수고용’ 형태가 아닌 ‘근로계약’을 맺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배달원들의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있는 경우가 많고(전체의 73%), ‘배달지를 업체가 정해주거나, 업체가 띄워놓은 곳 중에서 고른다’(64%)고 응답하는 등 노동자성 판단 기준이 되는 사용자에 대한 종속성이 뚜렷하다는 이유에서다. 박찬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배달대행업 배달원들은 업체의 지휘감독을 받으면서 일하는 등 사용자 종속성이 높아 노동자로 보는 것이 맞다”며 “정부의 관리감독 부족 때문에 특수고용 형태로 남아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원도 “위험한 업무인 배달노동이 배달대행업체로 외주화되고, 배달대행업체는 다시 배달원들에게 외주화하고 있다”며 “배달원의 권리를 위해 필요한 비용은 배달대행업체가 지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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