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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특수고용’ 방관해온 정부·국회 이젠 응답하라

등록 2017-04-11 09:00수정 2017-04-11 09:13

밥&법 업종 불문 확산되는 특수고용 노동자들
20년째 보호법안 마련 외면
독일선 노동3권·연차휴가 인정
노동계 “노조법의 노동자에
특수고용 모두 다 포함해야”
인천의 한 골프장에서 일반인들이 경기보조원(캐디)을 대동하고 골프를 치고 있다.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원강사 등 특수고용직의 규모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인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인천의 한 골프장에서 일반인들이 경기보조원(캐디)을 대동하고 골프를 치고 있다. 골프장 경기보조원, 학원강사 등 특수고용직의 규모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인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국민의 눈과 귀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부에 집중돼 있었던 지난해 11월24일. 헌법재판소는 특수고용노동자인 골프장 경기보조원(캐디) 이아무개씨가 낸 헌법소원 결정을 선고했다. 이씨는 “근로기준법이 보호하는 ‘노동자’의 범위가 좁아 자신과 같은 특수고용노동자를 차별하고, 그로 인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했다”며 2015년 헌법소원을 냈다. 결과는 재판관 8 대 1로 ‘각하’. “이씨의 청구는 근로기준법이 전면적으로 적용되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무조건·환경에 대해 근로기준법과 동일한 정도의 전면적 보호를 내용으로 하는 새로운 입법을 해달라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는 이유였다.

그러나 헌재는 결정문에 의미있는 말을 남긴다. “사업주가 사용종속 관계가 실질적으로 인정되는 노무제공자에 대해서도, 형식적으로 도급·위임 계약을 체결해 근로기준법 적용을 회피하는 사례도 빈번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회피방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특수고용노동자를 전반적으로 규율하면서, 그들의 근로형태의 성격에 부합하는 부분에 관해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정도의 보호·규제를 규정하는 법률 제정이 시급하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을 보호할 법률을 만들라고 한 것이다.

헌재가 나서기 이전에도 특수고용노동자를 보호할 대책을 만들라는 지적은 계속 있어왔다. 2007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수고용노동자) 보호방안에 대한 의견 표명’에서 △특수고용노동자 보호에 관한 법률 조속한 제정 △휴일·휴가 보장 △노동3권 보장 △4대 보험 보장 등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뿐만 아니라 국민권익위원회도 고용노동부에 비슷한 내용을 담은 법률을 만들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문제가 처음 사회적으로 불거진 뒤 20년이 다 되도록 정부와 국회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007년 김진표 의원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에 관한 법률’을 내놨으나 “노동3권이 아닌 노동1.5권”이라는 노동계의 반대와, 비용 증가를 우려한 경영계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했다. 2006년 일부 직종 특수고용노동자에게 산재보험 가입의 길을 터주고, 사업주와 특수고용노동자 사이의 공정거래법·약관법을 적용하도록 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보호대책’이 발표됐다. 이듬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거래상 지위 남용 행위 심사지침’을 제정해 이른바 사용자의 ‘갑질 계약’에 대한 규제 대책을 마련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결국 지난 20년 동안 일부 특수고용노동자의 산재보험을 가입할 수 있게 한 것 말고는 제대로 된 대책이 하나도 나오지 않은 셈이다. 그나마 특수고용노동자 자신이 보험료 절반을 부담해야 하고, 본인이 원치 않을 경우엔 보험에 들지 않을 수 있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고용노동부는 2015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발표했으나, 1년 반이 지나도록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특수고용 업종별 표준계약서를 보급하는 데 그쳤다.

노동계에서는 특수고용노동자의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즉 ‘노조할 권리’ 보장과 산재보험 가입 확대가 선결적인 과제라고 주장한다. 권두섭(변호사)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노동자 범위를 넓히는 것과 달리 사용자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없고, 현재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노사 자치적으로 해결할 통로를 열어줄 수 있다”며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직종만큼 다양하므로 단체협약을 통해 개선할 길을 열어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에서 규정하는 ‘노동자’의 정의를 넓혀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자의 업무를 위해 노무를 제공하고 해당 사용자에게 대가를 받아 생활하는 자’와 ‘노무를 제공하면서 법에 따른 보호의 필요성이 있는 자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산재보험법의 노동자 정의 역시 특수고용노동자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조할 권리’뿐만 아니라 개별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 제정 필요성도 강조된다. 영국은 노동자(employee)와 노무제공자(worker) 개념을 달리해, 노무제공자에게도 노조법상 파업권·동일임금법·근로시간법·최저임금법·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받도록 하고 산재보험 가입 역시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독일에서도 ‘유사근로자’라는 개념으로 노동3권과 법정 연차휴가·휴일을 보장하고 산재보험 가입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재 법 제도가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면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올 오어 너싱’인 상황에서 특수고용노동자 전반을 보호하는 입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특수고용노동자 가운데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될 수 있는 사람도 많은데, 직종 전체를 특수고용노동자로 규정하면 ‘2등 노동자’를 만들 수도 있어 법률 제정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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