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미(54)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자신이 펴낸 <은수미의 희망마중-알바가 시민이 될 수 있나요?>를 들고 18일 오후 서울 충정로 벙커1에서 북콘서트를 연다. 책은 지난해 총선에서 떨어진 뒤 전국을 돌며 100여 차례 이상 청년들과 만나 나눈 대화가 디딤돌이 됐다. 그는 책에서 좌절에 빠진 청년 세대가 결국은 희망을 찾을 것이라고 낙관론을 편다. ‘희망 대신 절망부터 알아버린 청년 세대가 민주화 세대보다 더 어려울 수는 있지만, 세대를 넘어 우리가 함께 하기 때문에 여러분이 이긴다. 여러분이 이겨야 미래가 온다.’
13일 전화 인터뷰에서 그의 얘기를 더 들어봤다. “낙선 뒤 학생들이 강연 요청을 많이 했어요. 지난해 11월엔 23곳서 요청을 해 17곳서 했죠. 필리버스터 유명세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그는 지난해 2월 테러방지법을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무려 10시간 18분 동안 했다. “촛불 전·후로 반응이 달랐어요. 전에 제가 세상이 바뀔 것이다, 여러분 시대가 온다고 하면, ‘우린 너무 힘들다, 그런 소리 하지마라, 당신은 그동안 뭐했나’ 식의 반응이 많았어요.” 촛불 뒤엔? “청년들이 우는 것은 똑같아요. 하지만 촛불 뒤엔 ‘더 이상 미안하다는 소리 하지 마라. 우리도 할거다’고 합니다. 굉장히 당당해졌어요.” 주말 알바를 하던 한 청년의 질문이 잊히지 않는다. 이 청년은 주말 알바 보수를 포기하지 못해 촛불 시위에 나가지 못하는 자신도 시민이 될 수 있는지 물었다. “저와 같은 486세대는 6·10 민주항쟁을 했어요. 다음 세대가 우리보다 못하리라 생각할 이유가 없어요. 그들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풀 겁니다. 우리 486은 그들이 도전할 수 있도록 응원해야죠.”
은 전 의원은 지난 20년 동안 한국은 거대한 ‘하청 사회’가 됐다고 했다. 그가 보기에 ‘하청 사회는 자유로운 인간으로부터 노동하는 인간을 분리한다. 주인이어야 할 시민이 스스로 말하고 생각하고 판단할 능력을 박탈당한다.’ “예전엔 고용계약이라도 하고 부려먹었는데 지금은 고용계약도 안하고 부려먹어요. 배달알바가 배달자영업자가 되는 것이죠. 이게 하청사회의 핵심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한국은 기득권 구조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 단 한번도 없었어요. 486 책임도 있죠. 우리는 기득권에 도전해 그걸 가져와 향유했어요. 하지만 다음 세대가 기득권에 도전하도록 만들지 못했어요.” 청년 세대가 기득권 구조에 도전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게 자신과 같은 486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그는 청년 세대에 필요한 최우선 정책으로 ‘최저임금 1만원’과 ‘3개월이나 6개월 동안 최저임금 80~90%를 받을 수 있는 실업부조’를 들었다. “청년들에게 어떻게 하면 ‘정규직이나 공무원 말고 다른 도전에 나설 수 있겠느냐’고 물었더니 대부분 이 두가지 정책만 뒷받침 되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했어요. 실패도 기회가 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강성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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