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플래닛 ‘저성과자’ 역량향상 교육이 진행됐던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에 있는 한 사무실. 교육은 노트북으로 인터넷 강의를 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맨 오른쪽의 빈 자리는 직원 근태체크를 목적으로 상주하고 있는 교육업체 직원의 자리.
에스케이(SK)플래닛이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2년 넘게 ‘역량향상교육’을 진행하고, 이가운데 1명을 해고했지만, 지방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았다. 역량향상교육은 교육업체에 위탁해 인터넷 강의를 시청하고 시험을 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교육업체 직원이 교육대상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 회사에 보고한 사실도 밝혀졌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저성과자 교육 미수료와 인사평가 결과가 낮다는 이유로 1월 해고된 조아무개(55)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받아들여 원직 복직시키라고 판정했다고 25일 밝혔다. 입사 28년차인 조씨는 2013년 인사평가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은 뒤, 이듬해 3월 특별 희망퇴직을 권유받았지만 신청하지 않았다. 이후 회사는 최하위 등급자 등 20명을 추려 역량향상교육을 실시했다. 이 교육은 3~4명이 들어가는 강의실에서 하루종일 리더십 등 온라인 강의를 시청하고, 시험을 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교육업체는 직원 대화 내용까지 에스케이플래닛에 보고했다. 업체가 작성해 에스케이플래닛에 보낸 문서를 보면 2014년 6~11월 직원 근태와 ‘특이사항’이 적혀있는데 “임금피크제, 희망퇴직, 구조조정에 관한 얘기를 나눔. 얘기 나눈 후 자리 비움”(7월23일) 등이 포함됐다.
조씨는 다른 노동자 13명과 함께 이 교육을 수료한 뒤 2014년 6월 다른 부서에 배치됐지만, 6개월 만에 다시 인사평가 최하위 등급을 받고 1차 교육을 수료하지 못한 직원 등 7명과 함께 2015년 내내 역량향상교육을 또 받았다. 회사는 이들이 교육을 또 수료하지 못하자 지난해 초 3차 교육을 하고, 대기발령을 냈다가 지난해 12월 ‘3년 연속 인사평가 최하위’ 등을 사유로 조씨를 직권면직 처분했다.
그러나 지노위는 “조씨가 2014~15년 인사평가와 교육평가에 대한 이의제기를 할 수 없었고, 2016년에는 동영상 교육 4편 수료여부만으로 인사평가 최하위 등급을 줬다”며 “직권면직은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씨는 교육 중간에 해고됐지만, 나머지 노동자 3명은 14일까지 같은 방식의 교육을 더 받았다. 주성환 에스케이플래닛 노조위원장은 “교육내용을 달달 외우지 않으면 통과할 수 없는 시험문제를 내 해고할 목적으로 진행된 교육”이라며 “교육방식을 바꿔달라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에스케이플래닛 홍보담당자는 “교육이 장기간 이뤄진 것은 수료하지 못한 직원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한 목적일 뿐, 교육을 수료해 현업에 복귀한 직원들도 있다. 해고를 위한 교육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직원 감시 의혹에 대해서도 “회사에서 교육업체에 지시한 바 없다. 사실을 인지한 뒤 중단시켰다”고 덧붙였다.
글·사진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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