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법원도 “불법” 판결한 화성공장
사내하청 노동자가 경영진 고발뒤
2년 미적대다가 이제야 본격 수사
새정부 비정규직 차별시정 ‘시험대’
사내하청 노동자가 경영진 고발뒤
2년 미적대다가 이제야 본격 수사
새정부 비정규직 차별시정 ‘시험대’
고용노동부가 불법 파견 혐의로 고발된 기아자동차에 대한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기아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고발한 지 2년이 다 돼 가는 시점이다. 항소심 판결까지 불법파견으로 인정받은 상황에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차별 시정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여 관심을 끌고 있다.
고용부 경기지청은 기아차 화성공장의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혐의에 대해 내달 말까지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22일 밝혔다. 경기지청은 지난달 20일 근로감독관 9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을 꾸린 뒤 11일 근로감독관들을 화성공장에 보내 현장조사를 벌였다. 고용부의 이번 수사는 2015년 7월 금속노조 기아차 화성비정규분회(화성분회)가 기아차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2014년 9월 서울중앙지법은 비정규 노동자들이 낸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에서 기아차 사내하청 공정을 불법파견이라고 인정하고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고용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화성분회는 기아차 경영진을 파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파견법은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에 노동자를 파견받아 쓸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을 넘겨받은 경기지청은 2년 가까운 시간동안 고발한 분회 관계자와 고발 당한 회사 경영진을 각각 2번씩 불러 조사한 것을 빼곤 본격적인 수사를 벌이지 않았다. 그사이 서울고법은 지난 2월10일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항소심에서도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수사가 미뤄진 이유에 대해 경기지청 관계자는 “사내하청 노동자에 대한 특별채용 노사교섭이 지난해 있었고, 민사소송도 제기돼 결과를 지켜보고 있었다”며 “이후 근로감독관 한 사람이 사건을 맡았는데 인원을 보강해 수사팀을 꾸렸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아차 회사 쪽을 수사하는 것과 기아차 노사의 특별채용 노사교섭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 파견법은 ‘반의사 불벌죄’가 아니여서 특별채용 합의로 노동자들이 고소·고발을 취하하더라도 사용자의 불법 여부를 수사해 형사처벌할지를 따지는 데는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김수억 화성분회장은 “민사재판 1심에서 노동자들이 승소한 뒤 고발을 했는데도 고용부는 그동안 손놓고 기아차 불법을 지켜봤다”며 “만약 고용부와 검찰이 제대로 수사해 불법파견으로 결론을 냈다면, 특별채용 교섭에서 사내하청 노동자 일부만 특별채용 대상에 포함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아차 노사는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2심 판결 전인 지난해 11월 사내하청 노동자를 단계적으로 특별채용하기로 합의했지만, 사내하청 노동자가 1900명인 화성공장은 채용인원이 600명에 그쳐 분회가 반대했다. 하지만 회사는 특별채용을 추진하고 있다.
고용부가 수사 이후 사내하청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릴지도 주목된다. 시정명령은 기아차 경영진에 대한 형사 처벌과는 별개로 비정규직 차별을 없애겠다는 새 정부의 정책의지와도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2015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를 보면, 1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원청 정규직에 견줘 임금이 52%에 지나지 않고 2~3차로 내려갈수록 더 떨어진다. 임금뿐 아니라 복지에도 차이가 있어 무분별한 사내하청·간접고용은 소득불평등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소·고발의 경우 시정명령 없이 검찰에 송치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도 “수사 결과를 봐야겠지만 이번에는 불법임이 확인되면 시정명령을 함께 내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도 취임 첫해 불법파견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로 현대차를 조사해 사내하청 전 공정의 1만명 노동자들이 불법파견이라고 결론 짓고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기아차 경영진을 기소할지도 관심사다. 현대차도 2월 민사재판 항소심에서 기아차와 마찬가지로 대부분 공정이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울산지검은 2015년 12월 윤갑한 현대차 대표이사를 일부 혐의로만 기소했고 “사내하청을 사용할 당시 불법임을 몰랐다”는 이유로 정몽구 회장과 공장장 등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분해 노동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특히 윤 대표이사는 기소 이후 재판이 단 한번도 열리지 않아, 1년 반 동안 법정에 선 적도 없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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