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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노동

검찰, 유성기업 노조파괴 ‘개입’ 현대차 임직원 기소

등록 2017-05-24 11:00수정 2017-05-24 22:15

“현대차, ‘어용노조’ 가입 독려 지시”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조 지배·개입한
‘부당노동행위’ 형사책임 묻는 첫 사례

검찰, 핵심 증거 2012년 확보하고도
불기소처분 뒤 4년반 지나서야 기소
노조 “수사책임자 법적 책임 물어야”
2월25일 서울 광화문에서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한광호 열사' 추모기간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이날 노조탄압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합원 한광호씨의 장례일정을 발표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월25일 서울 광화문에서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한광호 열사' 추모기간을 선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는 이날 노조탄압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조합원 한광호씨의 장례일정을 발표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현대자동차 임직원 4명이 현대차 부품납품업체인 유성기업 ‘노조파괴’에 개입한 혐의(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위반)로 검찰에 기소됐다. 유성기업에서 용역폭력 사태가 발생한지 꼬박 6년만에 이뤄진 기소인데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조를 상대로 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물은 첫 사례여서 의미가 크다.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유성기업에 ‘어용노조’ 조합원을 늘리도록 지시해 개입한 혐의로 당시 현대차 구매본부 구동부품개발실장 최아무개씨 등 직원 4명과 현대차 법인을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24일 공개한 최씨 등의 공소장을 보면, 2011년 5월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주간연속 2교대제 도입을 요구하자, 유성기업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자문에 따라 금속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뒤 직장폐쇄를 하고 경비용역을 동원해 금속노조 조합원의 출입을 막는 한편,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해진 그해 7월 노동자들을 부추겨 회사쪽에 가까운 ‘제2노조’를 설립하게 했다.

최씨 등 현대차 구매본부 직원들은 유성기업으로부터 이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다가, 파업과 직장폐쇄 등으로 부품 납품에 차질을 빚자 ‘2011년말까지 결품 우려 없는 안정적 생산구조를 정착시키지 못할 경우 납품구조 이원화 방침에 따라 주문량을 감축할 수 밖에 없다’는 방침을 유성기업에 전달했다. 현대차의 이런 압박에 유성기업은 “회사에 친화적인 제2노조가 설립됐으니 2노조 가입인원을 늘려 결품상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주문량을 줄이지 말아달라”고 요청했고, 현대차는 유성기업에 제2노조의 기간별 목표 가입인원을 정해줬다.

이 과정에서 최씨는 그해 9월20일, 가입인원이 정해진 목표에 미달한 것을 알게된 뒤 “신규노조(제2노조) 가입인원 확보를 위해 (유성기업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일주일 동안 가입자가 1명도 없는 이유가 무엇인지 (유성기업에) 강하게 전달하라”고 함께 기소된 부하 직원들에게 지시하고, 이 직원들은 이를 유성기업에 전달했다. 이후 현대차 구매본부 직원들은 수시로 유성기업·창조컨설팅 관계자들과 함께 제2노조 가입인원 확대를 위한 회의를 서울 양재동 현대차 사옥에서 열었다.

검찰은 최씨 등 직원들의 이런 행위를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개입하는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했다. 노조법은 부당노동행위를 한 사람은 2년이하의 벌금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은 2월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 같은 혐의로 징역 1년6월 법정구속된 바 있는데, 현대차 임직원 역시 유성기업의 ‘노조파괴 공범’임이 인정된 셈이다.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노사관계에 개입해왔다는 정황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됐지만, 그 행위가 ‘부당노동행위’라는 ‘불법’으로 인정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현대중공업은 2003년 8월 사내하청 노조가 설립되자 소속업체를 폐업시켜 하청노동자를 해고하는 방법으로 ‘노조파괴’를 했다가 2010년 대법원의 부당노동행위 판결을 받은 바 있지만, 원청 관계자들은 처벌받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이 수사와 기소의 핵심증거인 현대차 임직원들의 전자우편을 2012년 11월 유성기업 압수수색과정에서 이미 확보해놓고도 5년이 다 돼 기소한 것은 비판할 대목이다. 검찰은 유성기업지회가 현대차 임직원들을 고소한 사건에서 2013년 12월 ‘안정적 부품공급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유성기업으로부터 (제2노조 가입현황) 자료를 받아본 것에 불과하다’는 현대차 쪽 진술을 받아들여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가 2016년 1월 피해자 자격으로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의 부당노동행위 혐의와 관련해 검찰 수사기록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해당 전자우편을 처음으로 발견해 공개한 뒤 이를 근거로 현대차 임직원들을 다시 고소했기 때문에 이번 기소가 가능했던 셈이다. 검찰 입장에서는 2012년에 기소할 수 있었던 사건을 4년반 동안 방치하다가 기소한 것이 됐다.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를 대리하는 김상은 변호사는 “유성기업 노조파괴에 개입한 증거가 명백했음에도 수사기관이 현대차 임직원을 불기소한 경위와 그 결정과정에 대한 철저한 해명이 필요하다”며 “수사책임자에 대한 법적 책임 추궁을 통해 다시는 노동사건에 대한 수사기관의 편향된 수사와 기소권 행사에 의해 노동3권이 침해되는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전자우편이 증거로서 가치가 있는가에 대해 판단하는데 시간이 걸려 기소가 늦었다”고 밝혔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1차 고소 때는 이번에 기소된 사람들이 고소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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