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27일 최정호 당시 국토교통부 차관(왼쪽)과 고영선 당시 고용노동부 차관이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기자실에서 철도파업과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한 후 브리핑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며 사상 최장기간인 74일간 파업해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됐던 전국철도노동조합 간부들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했다. ‘불법파업’이라며 무더기 징계를 일삼았던 박근혜 정부와 철도공사가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용산경찰서는 철도공사가 “파업으로 인해 열차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며 철도노조 간부 19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불기소 의견으로 서울서부지검에 송치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파업의 목적·절차에서 정당성이 인정되고, 사용자 쪽에 파업을 수차례 예고했기 때문에 파업의 ‘전격성’이 없어 업무방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며 “대법원 판례를 참고했고 검찰과 협의해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철도노조가 파업을 결의하자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는 합동브리핑을 열어 “목적상 정당성이 결여된 불법파업”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고용부는 불법파업의 근거로 “철도노조가 파업의 사유로 든 ‘성과연봉제가 포함된 취업규칙 무효화’는 ‘사법적 판단’ 대상으로 쟁의행위의 대상이 되는 노사 간 근로조건 등에 관한 ‘이익분쟁’이 아닌 ‘권리분쟁’”이라는 점을 들었다.
그러나 합동브리핑 직전에 총리실 주관으로 열린 ‘철도파업 관련 대책 관계기관 회의 결과 보고’ 문건을 보면, 법무부조차 “파업 목적이 근로조건과 관련됐다고 볼 여지가 있어 목적의 불법성 여부는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돼 있다. 당시 철도노조를 비롯한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합법파업에 불법 딱지를 붙여 노조를 탄압한다”며 거세게 반발했지만, 철도공사는 결국 불법파업을 사유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노조 간부 89명(재심서 감경돼 현재는 30명)을 해고했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불법파업’이라는 정부와 철도공사의 말도 안 되는 주장 때문에 375명이 징계받은 상태다. 수사기관에서도 파업이 정당했다는 점을 인정받으니 공사는 즉각 징계를 철회하고 노조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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